대림초 한자루에 불을 밝혔습니다.
주여
당신은 빛으로 오시어
당신의 생애 촛물되어 흐르고
그대로 사위어 가는 밀랍의 아픔을 사랑으로「빛」밝혀 주십니다.
당신이 오시는 길마다엔
어찌 이리 어수선하고 지저분한지
손님을 청한 주인이
어질러진 집안을 보이기 부끄러워
당황하듯
그늘진 마음 한 구석으로 숨고 싶어 조바심 나는 슬픔만이 밀려옵니다.
나뭇잎진 텅빈 그루터기에 걸린
햇살마냥 당신의 빛은
그처럼 공허하게 우리의 마음 주위를 맴돌고
마리아의 산고의 아픔 마디마디를
가지치기하듯
그냥 뚝뚝 잘라 한켠으로 팽개쳐
외면하고 싶은지도 모릅니다
초 한자루의 겸손과
촛물되어 흐르느 밀랍의 아픔되어
오시는 내 사랑이신 주님
겨울 바람은 소리없이 불어도
매섭고 차갑습니다.
당신의 사랑빛 만이
여기 이 아비규환의 말구유를
밝힐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나뭇잎처럼 시들었고 우리의 죄가 바람이 되어 우리를 휩쓸어 갔
습니다」
아아! 아픔빛 사랑이신 주여
이 촛대위 밀랍이 다 사위어 가기전에
어서 오시어
모질게 부서져 가는
우리를 구원하여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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