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본당의 초대회장직을 맡게 된 친구가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이다. 어느 열심한 신자가 부지를 기증하였고 이웃 본당신자들의 많은 도움으로 새 성전을 건립하긴 했으나 기타 많은 부대시설과 비품을 갖출 길이 막막하다는 것이다. 본당신자들은 대부분 넉넉지 못한 생활형편이라 감당해 내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으니까 어떤 친구에게서 들은 예배당 건립 얘기가 생각이 나며 우리들이 과연 성정건립에 최선을 다해 참여하고 있는가 반성을 하게 된다. 즉 어느 동네에서 새로운 교회를 짓자는 의논이 모아져서 그때부터 각 세대별로 적금 통장 한 개씩 갖기 운동을 펴서 2년 후에는 훌륭한 교회를 건립했다는 것이다.
그에 덧붙여서 한 개종한 신자의 교무금 책정에 얽힌 에피소드도 생각이 난다.
십일조를 꼬박 꼬박 바치던 교회 다닐 때의 습관으로 교무금을 책정하겠다니 깐 주위의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그렇게 많이 내면 다른 신자들과 격차가 너무 심해서 오히려 위화감을 주니까 오십 일조나 백일조정도로 결성하라고 충고 아닌 충고를 하더란다.
이와 같이 갈라져나간 형제들은 교회건립이나 교회 살림살이에 힘자라는 데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태도가 도저히 우리들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열성적이어서 우리 신자들이 본받아야 되겠다고 여겨진다.
요즘 날로 늘어가는 신자 수에 비해서 새로운 본당을 설립해야하는 것은 필연적인 과제인데 우리들에게는 2년간이나 매달 꼬박꼬박 생활비를 절약해서 성전건립비를 적립하는 정성이 과연 어느 정도 될까? 내가 들어가서 살집이 아니고 내가 미사 봉헌할 성전이 아닌데 하고 강 건너 불 구경하 듯 하지는 않을지?
우리 가톨릭 신자들은 그런 면에서는 너무 소극적이지 않는가하는 생각도 한다.
이번 가톨릭신문에 보도된 천진암 성당건립 소식은 백여 년이 걸리고 명동성당의 열 몇 배가 된다고 자랑만 할 게 아니라 우리들이 정말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할 계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2백만이 넘는 신자가 백년이나 한 가지 목표를 향해서 한 마음으로 뭉친다는 것은 눈에 보이는 성전보다 더 거대한 눈에 보이지 않는 성전의 건립이 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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