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공(判功)이란 국어사전에 없는 말이다. 이같이 한국 교회에서만 통용되는 특수용어가 상당수 있다. 그래서 가톨릭은 용어가 어렵고, 따라서「어려운 종교」로 일반인들에게 비춰지는 측면도 있을게다. 판공이란 용어는 한자어를 풀어서 이해하려해도 선뜻 개념이 떠오르지 않는다. 판공을 겪어봐야만 실감할 수가 있다. ▼판공철이다. 이미 판공을 끝내고 임박한 예수성탄을 느긋하게 준비하는 신자가 많겠지만 아직도 이 판공 때문에 정신적으로 압박을 느끼는 신자도 상당수일 것이다. 판공은 일년에 두 번의 무적으로 받아야하는 고백성사를 말한다. 이를 일반적으로「판공성사」라고 한다. 교회법상 고백성사는 일년에 한번 받아도 그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교회에서는 일 년에 두 번 춘추로 고백성사(판공)를 받는 것이 관례였다. 계절적으로 봄에 해당되는 부활대축일 판공은「봄 판공」, 가을에 해당되는 예수성탄축일 판공은「가을 판공」으로 통한다. 이같이 일 년에 판공이 있는 경우는 한국교회밖에 없다고 한다. 연원은 본당신부의 공소방문이 농번기가 아닌 봄ㆍ가을에 이루어졌다는데서 찾아볼 수 있다. ▼판공제도는 규정에 의한 것이다. 교회법상 신자는 일년에 적어도 한번은 고백성사를 받고 영성체할 의무가 있다. 일년에「한번 이상」이 아니라「적어도 한번」이다. 물론 적어도 한번이란 표현은 한번 이상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한번이란 말은 최소한의 의무규정으로서는 더 적절한 표현이라 생각된다. ▼이 규정에 따라 다른 나라 교회에서는 축일의 정점인 부활대축일 준비의 일환으로「부활판공」제도만 시행되고 있다. 한번 보다 두 번이 굳이 나쁠 이유는 없겠으나 옥상옥(屋上屋)이 될 수도 있다. 고백성사는 자주 보는 것이 유익한 것이지만 의무규정은 최소화시키고 자발성이 강조돼야 한다. 성탄판공 때문에 부활대축일의 의미가 반감되는 것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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