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로마」 사람들은 돈을「빼꾸니아」(본래는「가축」이라는 뜻)라 했다. 이 말은 물물교환시에 가축을 화폐로 통용한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조개껍질 (패(貝))을 화폐로 통용했다. 우리는 화폐를「돈」이라 한다. 돈이란 돌고 돌아서 돈이라 한다고 말들을 한다.
그러나 사실은 「돈」이「돈다.」는 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돌멩이」란 말에서 나온 것이라 한다. 물물교환시대에 「값나가는 돌」(보석)이 화폐로 통용된 데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에서의 돈은 잘 돌아가지 않고 묻어두고 감춰두는 습성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돈 내라면 싫어하고 귀찮아하는가 보다. 묻어두고 감춰두었으니 꺼내기가 힘들고 시간이 걸리는 모양이다.
교회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 돈이 필요하다. 돈, 돈 하지 않고 문제가 해결되면 얼마나 좋을까. 모금을 할 때 보면, 돈이 좀 있는 사람은 어떻게 하면 적게 내고도 생색을 낼 수 있을까 생각하고, 가난한 사람은 어떻게 하면 남과 같이 할까하고 고심한다.
어떤 때는 돈 이야기가 가난한 사람에게 부담을 주어 반발을 일으키는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돈이 필요하다고 도움을 청하는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다. 기천만원의 빚이 있는데 갚아 달라는 사람 합, 수백만 원의 병원비를 당장 내놓으라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어떤 방법으로든지 많이 모금해서 필요한 사람에게 잘 쓰여 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가진 자는 멋이 있게 복음적으로 돈을 쓰고 헌금해서 사랑으로 가진 바를 나누든지, 아니면 제도적으로 재분배되게 해야 할 것이다.
서울의 쓰레기는 거의 난지도에 버려진다. 매일 8톤 트럭으로 3천대분량의 쓰레기가 버려진다니 너무나 엄청난 양이다. 현장에 가보면 어두운 느낌마저 든다. 쓰레기 산, 쓰레기 바다, 쓰레기 황야, 온통 쓰레기와 먼지, 파리, 냄새, 연기로 자욱하다. 그런데 그 쓰레기에도 빈부의 격차가 있다. 부자 동네에서 나온 쓰레기는 서민이 보면 쓰레기가 아닌 것도 있다. 의류 식품 가구 등 쓸 만한 것이 있으며 때로는 실수로 내버린 금전이나 귀금속도 있다고 한다. 이 작은 나라에서 같은 동포끼리 누구는 내버리고 누구는 그것을 쓰레기에서 주워 써야하는 이 빈부의 격차를 보며 우리는 회개하고 속죄해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믿음과 사랑의 나눔으로써 또는 정책적인 제도로써 이격차를 줄여나가지 못한다면 우리 신앙, 교회의 의미, 정부나 정책의 의미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난지도 주민 1천 세대 3천여 명은 이 쓰레기를 골라서 수집하여 공장으로 보내는 작업으로 샅아 가고 있다. 그래서 어린이들을 쓰레기위에 놓아두고 부부가 함께 작업을 한다. 그러니 어린이에게는 여러 가지 문제 즉 건강과 위생ㆍ급식문제ㆍ쓰레기 위에서 자라나는 어린이의 성격문제ㆍ종일 혼자 있으나 말을 못 배우는 문제 등이 생긴다.
이 어린이들을 돌보기 위해 우리 명동본당에서는 83년 초에 탁아소「애기들의 집」을 차렸다. 처음에는 7명이었으나 지금은 70명이나 된다. 제때에 먹이고 재우고 목욕시키고 가르치고, 병들면 정운표 박사님이 치료해 주셨다. 애들이 예뻐지고, 말 잘하고 그 얼굴이 밝다.
그러나 84년 대홍수로 인해 난지도 주민들의 판자집이 모두 쓰러져 버렸다. 서울시에서는 임시건물을 지어 주었는데 우리는 30평을 배당받았다. 처음 시작한 때의 판자집 서너 평에 비하면 지금은 궁궐같이 크고 깨끗하다.
그런데 지저분한 판자집에서 탁아소를 할 때는 어린이를 위해서 쓰라고 희사금을 내는 방문객이 더러 있었는데, 이제는 집이 좀 깨끗해지니까 부자같이 보이는지 희사하는 사람이 적다.
도봉산 아래 개천가에도(방학동 뚝방마을) 판자촌이 있다. 우리 명동본당은 거기에도 작년에 탁아소「뚝방 아이네」를 차려 20명 가까운 어린이를 돌보고 있다. 어린이가 늘어날수록 예산도 늘고, 일손이 더 필요하다. 우리 모두가 서로 관심을 갖고 나눌 때 삶의 의미와 보람을 얻을 것이다. 나눔이 있는 곳에 사랑도 평화도 정의도 풍요도 있을 것이다.
「노아의 방주」창가에 싱싱한 나무 잎을 물고 가서 희망의 징표를 보여준 그 비둘기처럼, 가진 바를 나눌 때 서로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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