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학교 다닐 때 1년가량 개신교 장로 댁에 하숙 비슷하게 신세진 적이 있었다.
장로께서는 지위에 맞게 열심하시고 참 따뜻하게 대해 주셨다. 그 집에서의 또 하나 편리하고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 것은 1년을 가도 대문과 현관문을 잠그지 않는 점이었다. 덕분에 12시 가까이 돼서 들어갈 때도 다음날 시치미를 뗄 수 있었다.
주일이 되어 나는 성당에 가고 장로 댁 식구들은 교회에 가는데 그때도 역시 문을 잠그지 않았다.
나는 한편으로 의아하게 생각하고 장로께 여쭈었다. 혹시 도둑이라도 들면 어쩔려고 문단속을 하지 않느냐고. 장로께서는 『도둑이 만약 가난한 사람이라면 집에 있는 것을 나누어 주면 될 터이고 나쁜 사람이라면 잘 타일러 회개시키면 될 것이 아닌가』고 오히려 의아해하며 반문하시는 것이었다. 그 말이 몇 년 지난 지금도 잊혀 지지 않고 있다.
일전에 대구시내 모 성당 곁을 지나가게 되었다. 유난히 시선을 끄는 것은 우람한 교회건물이나 스페인드 글라스가 아니라 교회담장에 쳐진 철책과 사제관 및 수녀원 창에 붙어 있는 쇠창살 이였다.
아침햇살을 받아 번득이는 양이 아무래도 세상살이 온갖 일에 찌들어 평화의 안식을 구하러 찾아가는 「안식처」라는 생각보다 요새같이 여겨지는 느낌은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물론 한때는 도둑들이 사제관에 침입해 들어간 적도 있었다는 사실을 신문지상을 통해 알고 있다. 하지만 극히 드문 사례 때문에「사랑」그 자체가 숨 쉬는 성당의 이미지가 손상돼서야…
우리 나라 산간 각처에는 수백 군데의 절과 암자가 있다. 백 군데의 절과 암자가 있다. 하지만 절에 쇠창살을 질러 놓은 광경은 아직 목도하지 못했다.
우리 나라 모든 성당의 사제관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종종 눈에 띄는 편인데 교회당국에서는 앞으로 성당을 신축할 경우 이점을 고려해 봄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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