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쌍스와「로마」는 밀접한 관계에 있다. 「로마」가 간직하고 있는 예술품은 대부분이 르네쌍스 시대의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거기에는 에집트 것도 있고 그리이스 것도 있고 고대 로마 것도 있다. 「바티깐」박물관은 아마 동서고금의 모든 예술품들을 망라해서 수장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것 다른 민족의 것을 옮겨다 놓은 것과 제 고장에서 제 고장 사람들의 손으로 이루어진 것을 진열해 놓은 것과는 뜻이 다를 것이다. 그것도 아메리카 사람들이 동양이니 유럽의 예술품을 자기 나라에 옮겨다 놓은 것을 볼 때와「로마」가 간직하고 있는 것을 볼 때와 느낌이 각각 다른 것 같다.
아뭏든「로마」는 르네쌍스 시대의 이탈리아 태생 천재 예술가들의 걸작 미술품으로 가득 차 있다. 이것은「로마」의 영광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바티깐」이나 이탈리아는 오래오래 이것을 자랑으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 라파엘의「마돈나」미켈란젤로의「삐에따」베르니니의「광장」레오나르도 다빈치의「최후의 만찬」(「밀라노」에 있지만)을 모르는 이가 있을까. 너무도 유명하기 때문에 오히려 속스러운 것에 가려져서 참맛을 음미할 여지가 없게 된 것이 유감스럽다.「바티깐」을 찾아드는 관광객들은 그리스도교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아랑곳하려고 하지 않는다만 그 옛날 천재들이 남겨놓은 작품들을 구경하기 위해서 모여든다.
옛날에는 예술가들이 교회는 위해서 봉사했으나 이제는 성당이 박물관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르네쌍스 시대의 천재 예술가들은 참으로 위대한 방법(?)으로 교회에 봉사한 것 같다. 그리고 교회도 참으로 이상스러울 정도로 그들의 봉사를 깊숙히 받아들인 것 같이 생각되는 점이 있다. 그것은 인간의 육체를 그렇게 아름답게 표현하고 대담하게 노출시켜가며 성서의 얘기를 전개시켰고 또 그것으로 성당의 친정과 벽을 가득 채운 것이다. 그리스도교는 육체를 부끄러워하는 종교이며 육체를 되도록 철저하게 떠나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종교가 아니었던가. 그 무거운 전통을 르네쌍스 사조는 어떻게 이처럼 깊숙히 흔들어 놓을 수가 있었을까. 당시의 거인 예술가들은 거의 초인적인 자유와 권위를 소유했었고 마치 신이 천지만물을 창조하듯이 그림을 그리고 조각한 것 같이 생각된다.
종교와 예술이 이처럼 인간주의적인 수평선에서 한 덩어리가 되어서 빛을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을 것이고 그동안 수없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던져주었을 것이다. 성서의 천지창조의 모습 아담과 예와의 행복과 비극, 최후의 심판 광경 십자가의 구속, 성모자상, 제성인들의 영광, 지옥의 공포 이런 것들을 결정적으로 사람들의 영혼 속에 심어주는 데 막대한 공헌을 했을 것이다. 또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르네쌍스는 중세기와 근대 사이의 과도기였다. 그 속에는 붕괴되는 중세기의 모습이 아직 남아 있었고 새로 싹트는 근대 세계의 모습도 들어 있었다.
그것은 단순하지 않고 복잡한 양상을 띤 과도기였다. 르네쌍스 시대는 예술뿐만 아니라 새로운 것이 많이 싹트던 시대였다. 특히 자연과학의 싹이 힘차게 자라나던 시대였고 새로운 사건들이 쏟아지다시피 생겨난 시대이기도 할 것이다. 나침판 화약 인쇄술 망원경 지동설 신대륙 등이 발견된 시대이며 루터의 종교개혁 바람이 불고 영국 교회가 떨어져 나간 것도 이 무렵일 것이다. 이처럼 다사다난하던 시대에 로마는 조형예술의 중심지였고 그 전성기였던 것 같다. 로마는 예술 한 가지에만 너무 심취해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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