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선각자들의 힘으로 창간을 본 가톨릭시보가 오늘로서 50번째의 돌을 맞았다.
그동안 본지가 걸어온 반세기간의 그 기나긴 역정은 바로 피와 땀으로 얼룩진 형극의 길 그것이었다.
그러나 시보는 이러한 어려움 가운데서도 굽힐 줄 모르고 오직 언론을 통한 복음 전파의 사명을 꿋꿋이 완수해왔다.
일제하의 그 암흑기에도 본지는 갖은 탄압을 무릅쓰고 나라를 잃고 방황하는 겨레에게 가톨릭 신앙에 입각한 희망과 용기로 민족혼을 불어넣었고, 해방 후 6ㆍ25의 상흔을 사랑의 손길로 감싸줌으로써 겨레와 함께 울고, 겨례와 함께 웃는 민족지로서의 사명을 완수해왔다.
한국 가톨릭에 하나밖에 없는 신문으로서 한국 교회의 사실상의 기관지로서의 사명을 다해온 시보는 특히 전후에 팽배한 물질주의 풍조에 대한 최후의 보루 역을 서슴없이 맡았고, 온갖 퇴폐적 풍조와 황금만능의 時代 사조에 과감히 맞서 가톨릭적 윤리관을 민족의 가슴에 심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물질문명의 그늘에 묻혀 소외된 가난하고 병든 형제들을 찾아 그들에게 관심의 촛점을 맞춤으로서 본지는 슬픔이 있는 곳에는 기쁨을, 미움이 있는 곳에는 사랑을 심는 사랑의 실천 대열에 최선봉 역을 맡아오기도 했다.
또한 제2차「바티깐」공의회를 전후, 그 진행 과정과 정신을 신속 정확하게 소개하여 한때 걷잡을 수 없는 혼란 속에서 당황하던 교회에 새 진로를 가늠해 주었고, 교회의 현대 적응과 쇄신의 도정에 새 이정표를 제시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가톨릭시보는 온갖 부정과 부조리에도 과감히 맞서왔고 특히 억눌린 자의 벗으로서 그들의 천부적 인권 회복에 회선을 다해왔다.
그러나 본지는 부정이니 부패니 부조리니 하는 따위의 항목 나열만을 일삼아 오지는 않았다.
1백만 신자 개개인의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을 다할 때 이 혼탁한 사회도 정화되고 마침내는 사회의 복음화도 가능하다는 대전제하에 그리스도의 정신에 따른 참삶의 길을 인내를 갖고 제시해왔다.
남북 대결의 이 급박한 상황하에서 시보는 또한 승공대열에도 앞장, 국민들에게 반공정신을 심어왔고 국군장병들에게는 가톨릭적 사생관을 심어줌으로써 그들의 친근한 벗으로서 정신전력 강화에도 크게 기여해 왔음을 자부한다.
그러나 지난날의 그 험난했던 가시밭길을 헤치고 이제 비약적인 발전을 위한 발돋움을 하고 있는 오늘날에도 아직 시보의 진로에 허다한 어려움이 산재해 있음은 실로 유감스러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일부 신자들의 무관심은 시보 발전에 큰 장애 요인의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식자층 특히 일부 성직자들의 무관심 앞에는 뼈 아픈 고독감마저 느낀다. 이들이 소위 지적하는「무기력」하고「빈약」하다는 비난 앞에는 옷깃을 여미며 깊이 반성한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하면 일부에서 말하는 그「무기력」과「빈약」의 결과는 반드시 본지만의 잘못 때문이었을까? 1백만 신자 모두가 시보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고 밀어주었던들 그들의 눈에 그처럼「무기력」하고「빈약」하게 비치는 신문에서 일찍 탈피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시보는「너와 나」의 신문이 아니다.
바로「우리」의 신문 우리 교회 모두의 신문인 것이다. 외면하기 전에 먼저 키워보겠다는 참사랑의 정신, 협조의 정신이 아쉽다.
또 시보는 교회 특유의 비공개성에서 오는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비공개 원칙으로 인한 보도의 제약은 각종 사목 정책, 결과적으로 전체 신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의식을 저하시키고 있다. 이러한 결과를 예측하면서도 원칙 아닌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한국 교회는 이 시점에서『진리는 자유로운 탐구, 교도권 혹은 교육 전달 및 대화의 방법으로써 탐구되어야 한다. (종교 3)』고 교시한 공의회 교부들의 가르침을 한 번쯤 경청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음 교회 내 일부 인사들의 개인 중심적인 신앙으로 인한 보도 회피는 신문 제작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다.
자기 구령에만 급급한 나머지 사회성을 결여한 이기적 신앙 자세는 하루 속히 탈피해야겠다. 필요하다면 자신의 업적을 널리 소개하여 참신앙으로서 이 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길을 제시, 모든 신자들이 이 성스러운 하느님의 사업에 참여토록 유도하는 일이야말로 모든 신자들이 가져야 할 보다 적극적인 신앙의 자세라고 할 것이다.
이처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가톨릭시보는 오늘날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교회 내 정기 간행물 보급운동을 제창하고 나선 평협의 적극적인 성원에 힘입어 최근 본지 발행 부수는 날로 상승 추세로 치닫고 있다. 전국적으로 가톨릭시보 보급운동이 요原의 불길처럼 번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독자의 증가에 따라 시보는 우리에게 부여된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 그 제작에 더욱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현재 시보의 당면과제인 질적인 면에서의 충실과 량적인 면에서의 증면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계속할 것을 거듭 다짐한다.
1백만 전 신자들의 뜨거운 성원이 계속되는 한 가톨릭시보는 50년의 역사를 밑거름으로 하여 지면의 쇄신과 8면 증면의 꿈을 가까운 시일 안에 이룩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창간 50주년을 맞아 앞으로도 계속 충실한 봉사자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을 다짐하고, 또 지금까지 보여준 애독자 제위의 따뜻한 성원에 다시 한 번 뜨거운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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