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초목은 4개월의 혹한을 거쳐서 새싹이 돋듯이 신자는 사순절을 통해서 부활을 맞는다.
한데 초목은 겨울이 가까와지면 그 화려한 꽃도 잎도 열매까지 뿌리며 돌려준다. 그것은 모두가 뿌리의 작용에서 얻어진 것이며 또한 그렇게 해야 봄에 새싹을 움 틔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이 그 열매를 얻어 먹으려면 봄에 그만큼 거름을 준다. 만일 그렇지 않고 조금 거름을 주면 마치 빈 병을 주면 엿장수가 엿을 조금밖에 안 주듯이 수확도 그렇고 안 주면 성장하지도 않는 것이다. 한데 이것은 만사가 다 그런 것이다. 고용주가 임금을 적게 주면 좋은 물품을 생산할 수가 없고 농ㆍ광ㆍ어촌을 소홀히 하면 도시가 건전할 수가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농부가 빈약해서 농사를 잘 짓지 못하면 굶주리게 되고 어부가 생명을 걸고 고기를 잡지 못한다면 반찬 구경을 할 수가 없으며 광부가 탄과 광석을 못 캐면 불을 피울 수가 없을 뿐 아니라 필수품을 가공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한데 현실을 보면 그 존재가 소홀히 되는 감이 없지 않으니 재고될 시점이라 생각된다.
흔히 자립을 논하는데 나무는 뿌리가 건전해야 스스로 자랄 수 있고 사람은 발이 온전해야 지팡이를 버리게 되는 것이다. 기실 오늘의 발전은 원조라는 지팡이나 차관으로 거동하는 것이지 그것을 뺏으면 하루아침에 앉은뱅이 미인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될 것이다. 아무리 화려한 꽃나무도 뿌리가 약하면 바람에 쓰러져 흙탕구리가 되고 장수의 다리가 부러지면 힘을 못 쓰고 포로가 되는데 과연 어디에 중점을 두는지 생각해야 될 것이다.
원예사가 아까와도 순을 자르는 것은 뿌리를 봐서이고 봄 내 전정을 하는 것도 더 많은 수확을 위해서라면 오늘의 도시도 그 일부를 농ㆍ광ㆍ어촌에 균형을 이루지 않으면 올 것이 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될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나무가 본모습으로 돌아가야 하듯이 우리가 본모습으로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들이 죄가 더 많아서 죽게 된 것이 아니라 회개하지 않으면 그렇게 될 것이라 경고하셨다. 그러니 회개는 본심의 환원이며 본심은 밑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두가 본심이 있다면 있는 자가 없는 자를 무시 못할 것이고 강자가 약자를 괴롭힐 이유가 없으며 농ㆍ광ㆍ어촌이 소의 될리가 만무하다.
특히 이를 선도해야 할 교회가 앞장서지 않는다면 자립도 평화도 그만큼 지연될 것이다. 농부가 거름을 뿌리에 주는 이유를 안다면 부활의 싹도 평화의 꽃을 피워 행복의 열매가 달리게 될 것이다. 요는 뿌리가 살아야 나무가 살고 거름을 줘야 성장하기에 돌 틈의 뿌리가 꿈쩍해본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