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의 참뜻을 깊이 새기고 영광의 부활을 맞이한 교우 여러분에게 축하의 말씀을 드리고 한국의 희망이 깃들기를 비는 바이다. 해마다 맞는 부활이지만 오늘의 크리스찬에게 다시 한 번 예수 부활의 의의와 우리가 살아야 할 부활의 길을 반성해볼 필요가 있겠다.
먼저 예수 부활은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것은 2천년 전 나자렛의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으신 후 사흘만에 다시 살으셨다는 역사적 사실을 믿는 것이다. 이것이 그리스도 신앙의 제일의 대상인 것이다. 성령 강림 후의 사도들의 선교의 중심은 바로 예수의 부활이었고 특히 사도 바오로는 꼬린토전서 15장에서『예수의 부활이 없으면 우리의 신앙은 헛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의 우리 교회는 그리스도의 부활에 보다도 그리스도의 죽음에 신앙에 중점이 더 주어져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 없지 않다. 물론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죽음은 이미 지나간 구속의 은혜로운 사실임에 반하여 부활은 장차 올 영생의 무한한 희망의 토대인 것이다. 만일 이러한 희망이 없다면 우리의 신앙은 과연 헛된 것이고 도리어 가련한 존재가 되고 말 것이다.
오늘날 우리 크리스찬은 죽음의 고통에만 얽매이는 소극적 자세에서 부활의 영원한 희망에 사는 적극적인 신앙 자세로 전환되는 부활의 신앙에 좀 더 역점이 가해졌으면 하는 것이다.
다음은 크리스찬이 예수 부활의 길을 산다는 것은 무엇이겠는가. 사실 크리스찬 생활이란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함께 사는 것 즉 그 죽음과 부활에 참여하는 생활인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그리스도의 부활을 사는 생활은 다음의 세 가지 길이라고 볼 수 있다.
첫째는 그리스도의 부활을 확실히 믿는 것이다. 그것은 그리스도 부활의 역사적 사실을 믿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부활하신 그리스도가 살아계시는 영으로서 우리 안에 영원히 현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또 예수 부활로 인하여 우리 안에 보내주신 성령의 역사하심을 굳게 믿는 문제이다. 우리는 이 점에 있어서도 그리스도의 살아계시는 영으로서의 현존과 성령의 역사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느낌이 없지않다는 것을 반성해야 하겠다.
둘째로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생명을 사는 것, 즉 생명에 참여하는 것이다.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인간에게 새 생명을 주시는 새로운 창조를 하셨으므로 우리도 마땅히 매일매일의 생활에서 묵은 사람에서 죽고 새로운 삶을 창조하는 생활을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또한 그리스도의 부활과 한가지로 영원한 부활에 참여하는 희망의 생활을 영위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한 희망을 사는 사람이라면 당면한 여러 가지의 어려움에 대한 일시적 인내는 쉽사리 가능할 것이고 또 물질이나 마음 안에 청빈을 사는 것도 당연한 일이 될 것이다. 그런데 오늘의 우리는 과연 고난에 대한 인내력이 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 또 교회 자체나 신자 개개인이 가난을 진정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
현대 세속의 도도한 물질 제일주의에 타협하여『부유한 자는 진복자구나』를 속맘으로 부르짖고 있지는 않는가? 우리 모두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볼 문제이다.
셋째로는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길이다. 예수께서 인간으로 육화하시고 수난하고 죽으시고 그리고 부활하신 나라를 건설하고 종말에 가서 인류와 우주만물이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 안에 통합일치 되는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이룩하는 하느님의 계획을 이룩하는 데 있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느님 나라의 결정적 가치인 진리와 정의와 평화와 사랑의 실천을 통해서 또 그것을 위해서 현실적으로 자기 자신을 봉헌할 때에 비로소 예순의 제자 됨을 증거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예수의 부활은 인류를 죄에서 해방하고 죽음에서 생명에로의 구출과 해방을 가져오신 것을 생각할 때 우리 그리스도의 제자들은 이 세상의 가장 미소하고 보잘 것 없고 불쌍하고 억압당하고 불의하게 박해받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구원과 해방을 위해 마치 예수께서 항상 그런 사람들의 편에 서 계셨던 것과 같이 자기 자신을 희생해가면서 봉사할 수 있는 자세와 기개가 오늘의 교회에서 절실히 요청된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몇 가지의 생활 태도가 바로 진정한 의미의 부활을 축하하는 뜻이고 또 그 부활을 사는 길이라고 사료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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