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숙명적인 존재이며 동시에 자유로운 존재다. 인간은 하느님이 정해주신 운명 속에서 자유롭게 산다. 프랑스 가톨릭작가인 모리악은 이에 대하여『하느님은 직선을 긋고 인간은 곡선을 그으면서 그 직선을 따라간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것을 하느님의 섭리라고하며 세속적으로 운명이라고 한다. 하느님의 섭리는 인간의 뜻과 능력의 한계를 벗어난다. 과연 우리는 아무도 이 세상에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사람은 없다. 더구나 부자집에서 똑똑하게 태어나려고 하느님께 빽을 쓰고 태어난 사람도 없다. 우리의 뜻과는 전혀 관계없이 우리각자에게 주어진 여건과 환경 안에서 태어난다. 어떤 사람은 부자집에서, 어떤 사람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어떤 사람은 재간 있고 잘 생기고 건강하게 태어났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게 태어났다.
인간의 힘으로는 우리의 키를 한 치도 키울 수 없고 흰 머리카락하나 검게 할 수 없다. 우리는 누구나 오래 살고 싶지만 때가되면 늙고 병들어 죽게 마련이다. 우리의 뜻대로 생명을 한 시간도 연장할 수 없다. 우리는 싫든 좋든 하느님이 정해주신 여건과 환경 안에서 숙명적인 길을 걷게 마련이다.
우리는 주어진 환경이나 타고난 성격이나 부족한 재능을 한탄할 것 아니라 오히려 부족한 것을 토대로 아름답게 꽂이 피도록 노력하면서 살아야한다.
우리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후천적인 노력 밖에 없다. 선천적인 것은 하느님의 영역이다. 우리에게가 가장 중요하고 값진 것이 노력이다. 노력의 댓가는 꼭 받게 되어있다
하느님이 그어주신 숙명적인 직선의 길을 인간은 곡선을 그으면서 따라가게 마련이다. 어떤 사람은 그 직선을 비교적 가깝게 따라가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심한 곡선을 그으면서 따라가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 우리가 그 직선을 어떻게 따라갈 지는 각자에 선택에 달려있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아무도 완전한 직선을 그으면서 따라가지는 못한다. 다만 그 곡선의 모양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선행을 할 수도 있고 악행을 할 수도 있고, 진리의 길을 걸을 수도 있고 암흑의 길을 걸을 수도 있고, 하느님의 뜻을 따를 수도 있고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 하느님이 그어주신 그 직선을 가장 가깝게 따라가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때로는 우리의 나약함과 욕심 때문에 직선에서 멀리 벗어나 심한 곡선을 그으면서 헛수고도 한다.
인간은 누구나 다른 모양으로 하느님의 소명을 받았다. 우리는 얼굴 모습이 다르듯이 각자 다른 여건과 환경 속에서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살도록 불리움을 받았다. 주님의 뜻대로 삼아갈 때 마음의 평화와 기쁨을 누리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런데 하느님의 뜻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자기 뜻대로만 살려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루까복음에서 예수님은 일생동안 재물만 쌓다가 죽고만 부자를 바보라고 하셨다. 우리 주위에는 수많은 바보들로 가득 찼다.
권력과 지위만 노려는 바보들, 돈과 영예만 노리는 바보들, 자기욕심만 채우려는 바보들이 그들의 시간과 정력을 송두리째 바치고 있다.
오늘날 비극은 하느님을 모르는 것과 하느님 없이 자기 혼자 힘으로만 살려는데 있다. 하느님을 등지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비록 어떤 사람이 외관상으로는 부와 권력을 누리고 행복하게 살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불안과 갈등을 느끼며 불행하게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인간이 쉽게 빠지게 되는 딜레마는 하느님 없이 혼자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다가 부딪치는 한계점과 내적 갈등이다. 『너희는 나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한다』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명심하자. 하느님께서 그어주신 숙명적인 직선을 따라가면서 주님의 뜻대로 사는 것이 가장 현명한 사람이다.
■다음 회는 김달호 교수(경북대(大)명예교수) 께서 집필해주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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