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매서운 바람이 추풍령 고개를 넘어 하얀 눈발을 싣고 휘몰아치던 지난 5일, 대모님의 계신 충청도 영동의 황간성당엘 다녀왔다. 도착시간은 마침「첫토요신심미사」시간의 약 한시간전이어서 아랫목에 꽁꽁 언몸을 녹이며 따끈한 커피 한잔까지 마셨다.
1917년 파티마에서 발현한 성모님의 요청대로「죄인의 회개」와「인류의 평화」를 위해 보속의 의미로 시작되었다는「첫토요신심미사」에…정서어린 시골성당에서, 뜻깊게 갖게될 소중한 기회라서 새삼 가슴까지 설레왔다.
십자가의 길 기도때에는 찬마룻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로 북극의 설빙 꼭대기에서 보초라도 서는 듯했다. 대모님은 웃으면서 말하기를 옛날엔 묵주의기도는 팔을 뺻친채로 그리고 십자가의 길은 무릎을 기어 끝마쳤다고 들려주었다. 새삼 느껴보는 충격을 부인할 수 없었다.
이상한 것은 이런 짜릿한 고통속에서도 알 수 없는 감사로움이 스물스물 솟는 것이었다.
서울본당에서는 미처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그날 밤따라 유난한 빛을 발하는 밤하늘의 별을 손가락 끝으로 하나둘씩 세어보는데 이런 서울 촌사람인 대녀의 멍청스런 모습이 별났던지 씨익 웃어준다. 정겨운 시골의 밤 소나무 숲가의 성모동굴 앙상한 나뭇가지새의 한 두개의 남겨진 홍시…까치밥이라던가?
그 다음날 소나무 잔가지 위에 분분한 잔설을 뒤로하며 아쉽게 돌아오는 버스속에서 깊은 숨을 토하며 눈을 감아본다.
이런 뜻깊은 기회를 주신 천주님께 감사드리며 보름달만큼이나 화사하시던 성모님의 미소를 떠올리면서 묵주를 꺼내 두손에 꼬옥 움켜쥐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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