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첫눈의 설렘이 아직 구석진 자리에 하얗게 쌓여있다.
주일학교 교사로서 두번째 맞이하는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면서 2년 남짓 지난 날을 정리해 본다.
재작년 겨울 아버지가 본당에서 회장일을 보시고 또 내가 대학생이라는 이유로 주일학교 교사를 해달라는 요청을 여러분에게 받았다. 그 당시 여러가지 하고 있던 일과 방황으로 혼란스럽던 내게 또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던 때였다.
더군다나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라니、고등학교 때까지도 교사는 적성에 맞지않아 절대로 교사는 않겠다고 사대(師大)를 가지 않은 내가 그 어린이들을 사랑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은 더더군다나 커다란 심적 부담을 주었다.
그래서「저는 주일학교 어린이들을 가르칠만한 자격을 갖추지 못했으니 부디 제 거절을 너그러이 받아주셨으면 한다」고 한사코 거절하였다.
그런데도 워낙 사정이 어려우니 그럼 6개월만이라도해달라는 당시 교사회장님의 간곡한 부탁을 차마 거절할 용기가 없어 승낙하였다.
이렇게해서 주일학교 교사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처음엔 그저 시키는 것만 하면 되겠지하고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주일학교 일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았다. 학년을 배정받아 2학년 아이들을 처음 대했을 때 낯선 얼굴들을 이름과 더불어 익혀야 함에 담박 긴장을 했었다. 그리고 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느님을 인식시킬 것이며, 어떤 교사상을 나 자신은 보여줄 것인가! 하는 생각 등으로 바짝 긴장을 했었다.
그때 힘들어하던 내게 큰 힘이 된 것은 지도 수녀님께서 교사연수회에서『여러분은 하느님으로부터 부르심을 받은 선택된 사람이라는 소명의식을 가지라』는 말씀에 용기 백배하였던 것이다.
새롭게 치러야할 일들이 주는 새로운 걱정거리와 신선한 설렘, 또 치른 뒤의 허탈과 뿌듯함으로 이어져 온나의 교사생활을 되새겨보며 이 기쁨을 부여해주신 주님께 깊은 감사와 사랑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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