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겨울바람이 옆구리깨를 불고 지난간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수묵빛으로 잠겨버린 세상. 대지는 깊은 침묵속에 빠져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어두운 땅에 혼자 버려진 것 같은 고독감을 느낀다. 모두 따뜻함이 그립다. 따뜻한 말 한마디와 따뜻한 사랑이 그리운 것이다.
이런 때 그분이 사람의 아들로 이땅에 오신다는 것은 추위와 고독감으로 식어가는 사람의 가슴에 따뜻한 불을 지펴주는 소식. 그분의 삶이 가르쳐 주는 그 애틋한 애린의 마음이 사랑의 식어가는 가슴을 덥혀주는 것이다. 말이 아니라 애린의 실척에 있음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애린, 사랑하고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 사람이 사람을 눈물겹게 생각할줄 아는 마음. 어쩐 종파의 종교든 종교의 참뜻은 이웃을 사랑하고 불쌍하게 여기는 데있다. 이웃이 바로 그리스도의 몸임을 체험하는 일이 나의 구원이다. 그리스도를 스승으로 모시고 그분의 가르침을 따르려는 사람은 이 마음으로 사람을 보고 이 마음으로 사람을 위해야 한다.
사람이 그 무엇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된다. 아무리 훌륭한 사상이나 이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사람을 도구로 부려서는 안된다. 사람은 그 자체로 순수한 목적이기 때문이다.
지난날 우리는 그럴듯한 많은 구호들이 사람을 얽어매고 희생시키는 결과를 보아왔다. 명분이나 공공의 이익이라는 이름 아래 개인이 희생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우리가 다시 오는 그분을 새몸으로 맞이하고 진정한 새 시대를 열려면 우리 마음 속으로부터 참으로 사람을 귀하게 여겨야한다.
베들레헴, 성탄의 그밤을 생각하면 우리는 다시 기쁜 감격에 젖는다.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신 날. 성자로 하여금 사람을 닮게하여 사람을 무한히 귀하게 만드신 날. 들밖의 어둠 속에서 주의 나심을 알렸다.『하늘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가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영광과 평화를 우리가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는 길이요 사람에게 평화를 주는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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