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부터 구정(舊正)이「설날」로 바뀌고 추석과 함께 3일간씩 공휴일로 정해졌다. 우선 쉬는 날이 많아져 그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물론、직접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쉬는 즐거움은 없지 않으리라 본다.
그러나 우리의 주변에는 올해의 설날이 결코 반갑지도、쉬는 날로서의 즐거움도 가져다주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설날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수는 어쩌면 누리는 쪽보다 더 많을지도 모른다. 일일이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고향의 부모형제를 찾아갈 수 없는 처지의 사람들과 감옥에 갇힌 사람들、병상에서 신음하는 환자들과 그 가족들 그리고 고아원이나 양로원 등에서 설날이 있는지조차도 모르고 보내는 사람들 등등 그 수는 부지기수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서러움과 아픔은 직접 겪어보지않고는 감히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옆집에서는 가족들이 함께 모여 세배를 하고、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웃음과 손뼉이 요란한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그리고 고운 옷을 차려입고 이집 저집을 돌며 이웃과 정을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갖는데、그렇지 못한 사람들、또 휴일이 겹쳐 온천이나 스키장、관광지를 향해 자가용이 줄을 잇는데、그속에 끼일 수 없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에게는 설날이나 연휴가 오히려 마음의 상처를 깊게하고 슬픔과 괴로움만 더해주는 때가 될 수도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안타까움과 걱정을 떨쳐버릴 수 없는 사람들은 설날을 앞두고 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이다. 그들은 사업주가 부도를 내고 도피했거나 장기간 파업 중에 놓인 직장인들로서 전국적으로 그 숫자가 수천、수만명에 이를 것으로 짐작된다. 그들 근로자들이 부양해야할 가족들까지 합치면 그 수는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여기서 두 가지 중대한 사실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 하나는 기업주에 관한 것이고 또 하나는 근로자들에 관한 얘기다.
먼저 오늘날에도 소위 악덕기업주들이 없지 않다는 점을 지적해야 하겠다. 밤잠 설쳐가며、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하고 오로지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 묵묵히 일해온 근로자들에게 몇달씩 체불하다 끝내는 한푼도 주지않고 공장문을 폐쇄、야간도주한 기업주들의 수가 최근 보도된 바 있다. 근로자들의 피땀으로 거둔 수익을 혼자 배불리려 도주한 기업주들은 이미 정상적인 사람일 수는 없다.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여유만만하게 잘 살고있는 풍토는 하루속히 근절되어야 할 것이다. 법적인 제재도 중요하겠지만、그 같은 악덕기업주가 사회에 발붙여 살지못하도록 하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현금 전국적으로 그치지 않고 있는 근로자들의 노조운동에 대한 냉철한 반성이 있어야하겠다. 민주화물결과 함께 불가피하고、한번씩은 치루지않으면 안될 노사분쟁의 숙명론은 수용한다 하더라도、궁극적으로는 직장이 폐쇄되는 한계를 넘어서는 안되겠다는 말이다. 특히나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잘살고 있는 우리 풍토가 건재한 상황에서 직장이 폐쇄되면 근로자들이 피해를 입는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지금 우리의 눈앞에 펼쳐져 있는 노사분쟁의 비극을 교훈 삼아 인내와 대화、양보와 타협으로 노사가 공존하는 기업풍토를 창출해나가야할 것이다. 이 일은 근로자들만이 할 수 있고 여하한 경우에도 성급함과 폭력은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덧붙여 둔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