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의 외국생활을 끝내고 귀국 한달 만에 버스에서 소매치기를 당했다. 그 뒤로는 지나친 피해의식으로 긴장과 적개심이 뒤섞인채 버스를 타게되고 저녁에는 할 수 없이 택시를 이용한다. 그날 저녁도 어렵게 택시를 잡았고『대봉성당 부탁합니다』라고 가는 곳을 밝혔다. 잠시 후에 그 택시기사님께서『성당에 가십니까』하고 물었다.
『왜 원대동에서 ○○성당까지 가십니까? 지난 주일미사를 빠지신 모양이죠?』이렇게 시작된 대화에서 택시기사님이 신자임을 알게 되었다.
내릴 때가 되자 아저씨께서는『아가씨 차비는 놔 두세요. 제가 지난 주에 미사를 못갔는데 저를 대신해서 오늘 저녁미사를 봉헌해 주세요』라고 말씀하셨다. 몇번의 만류에도 끝내 요금을 받지 않으시는 아저씨께 나는『그럼 오늘 미사중에 아저씨를 위해 특별히 기도 드릴께요』하면서 택시에서 내렸다.
가족들을 위해 일요일 새벽부터 열심히 뛰어야 하는 택시기사님의 노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 주님께서도 오늘 저녁 그 아저씨의 안타까운 표정과 겸손하신 모습을 보셨다면 분명 사랑으로 용서해 주시리라 믿는다.
아저씨의 겸손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인해 그동안 내가 가졌던 사회에 대한 불신감이 죄책감으로 느껴지고 부끄러워졌다. 비록 주일을 지키지는 않았지만 선량한 시민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시는 그 택시기사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면 그분 가족들을 위해 기도드린다.
『주님의 따뜻한 보살핌 아래 내내 무사고 운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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