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은 언젠가는 파헤쳐지는 것인 모양이다. 크면 클수록 오래된 것이면 오래된 것일수록 결국은 파헤쳐지고야 마는 것이 무덤이 아닌가 한다. 에집트의「파라밋트」가 그렇고 원시대의 고인돌도 그렇다. 신라시대의 왕릉도 파헤쳐져서 이제는 관광거리로 한 몫을 보는 모양이다. 인간은 아마 무덤을 만들고 또 무덤을 파헤치는 유일한 존재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무덤을 만드는 것은 종교적인 생각에서일 것이고 무덤을 파헤치는 것은 지식을 위해서일 것이다. 무덤은 아무 말도 하지는 못하지만 대단이 정직하다.
무덤은 부활절과 관계가 깊은 것 같다. 무덤이 죽음과 관계되듯이 부활도 죽음과 관계되는 까닭일 것이다. 부활이 십자가와 관계되는 것도 십자가가 죽음을 뜻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십자가를 진다고 해도 만일 죽지 않는다면 부활은 없지 않겠는가.
세상에는 죽지 않는 십자가도 있으며 부활을 약속하지 않는 무덤도 있는가.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께서 만일 부활하시지 않으셨다면 우리들은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자들이라고 했다지만 그리스도의 부활을 축하하는 잔치가 호화찬란하게 벌어지고 가는 곳마다 십자가의 장식이 눈부신 오늘날 부활을 약속하는 무덤인지 아닌지를 식별하지 못한다면 그보다 더 어리석은 일은 세상에 또 없을 것이다. 무덤에 대한 이야기는 신약성서에도 여러 곳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종류는 두 가지 뿐이겠다. 하나는 흰 색을 칠한 무덤이고 하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무덤을 말한다. 겉을 아름답게 장식한 무덤은 선전하기 위한 것이고 남을 유혹하고 속이기 위한 무덤이기 때문에 단단한 뚜껑으로 덮어서 속을 볼 수 없는 무덤이다.
이것은 허세를 부리기 위한 것이고 선을 은닉하기 위한 가식일 것이다. 19세기의 시인 니이체가「신의 무덤」이라고 잘못 판단한 것은 이러한 무덤을 보고 한 말일 것이다. 사실은 그것은「인간의 무덤」들이었던 것이다.「인간의 무덤」을 보고「신의 무덤」이라고 잘못 판단한 데는 시인 니이체의 그릇된 속단도 있었겠지만 그처럼 오판하도록 만든 인간들의 잘못도 파헤쳐져야 할 것이다. 그들은 말끝마다「하느님의 뜻」이라고 했고「하느님의 영광」이라고 했으며「하느님에게 바치는 것」이라고 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느님을 내세우고 그 뒤에 숨어서 여러 가지 일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이 하는 일은 시간과 함께 무덤 속으로 흘러가고 마는 것인데 이것을 보고 그 시인은「신은 죽었다」는 부고를 온 세상에 전했던 것이 아니겠는가.
하느님 앞에 꿇어 엎드려 봉사했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하느님을 높이는 체하고 자기 스스로를 하느님처럼 절대화하는 일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느님께서 만일 진리를 거름더미 속에 감추어 두셨으면 나는 그 속을 헤치고 들어가야겠다』니이체보다 약간 뒤에 태어난 청년 마리땡이 이처럼 말했을 때 니이체가 처해 있던 환경과 그다지 다를 것이 없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겠다.「인간의 무덤」에서는 악취가 난다. 헤로데왕은 살아있을 때부터 송장 썩는 냄새가 풍겼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의 후각은 쉽게 마비되는 감각인 까닭에 모르는 수가 많은 것 같다. 요기 있는 사람들만이 혹간 이것을 알아내고 파헤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부활날 아침에 그리스도의 무덤은 텅 비어 있었다고 한다. 이 무덤은 인간의 손으로 파헤쳐진 것이 아니었다. 사실 그것은 무덤이 아니었다.
그리스도가 부활하신 무덤은 무덤이 아니라 새 생명의 원천이었다. 그러므로「신의 무덤」은 있을 수가 없고 있는 것은 다만「인간의 무덤」이라는 것을 식별하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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