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영이 내게 임하셨도다. 주께서 내게 기름을 부으심은 가난한 자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게 하심이요 포로 된 자들에게 해방을 선포하고 눈먼 자들에게 눈 뜨임을 주시기 위함이요…』이사이야가 예언한 예수님의 첫 강론 내용이다.
우리는 이 말씀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겠다. 그분의 은혜로 그분의 지체가 되었으니 제일 먼저 약하고 가난한 자 버림받은 자에게 관심을 가져야겠다.
교황 바오로 6세께서 선포하신「사도적 권고」에 오직 빈자들이야말로 하느님의 특권적 자녀이며 그들의 호소에 응답하시고 그들 속에 머물기 위해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셨다고 하셨다.
사회는 눈으로 볼 수 있는 결과를 원하고 가난한 자보다 부자를, 포로 된 자보다 해방자를, 억눌린 자보다 권력가나 지식인을 더 알아주고 숭배하지만 적어도 우리 교회만은 제일 먼저 강자보다 약자 편이 되어 그들의 유익을 구해야겠다.
내가 아는 어떤 빈민들만이 사는 본당에 수녀님들을 청해도 오시길 꺼려하시며『우리 수녀들은 아직 희생심이 부족해서 이런 데서 못살 것 같으니 희생심 많은 수녀들 구해보세요』. 하시는 어느 수녀님 말씀을 듣고 섭섭하신 어느 외국 신부님. 『야 어디 가면 희생심 많은 수녀님 있습니까? 가르쳐 주십시요. 천국입니까?』난 그때 민족적인 어떤 수치심과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빨개졌던 기억이 난다.
지난번 독자논단에서 어떤 이가 말했듯 정말 어떤 신부님 수녀님들께선 지나치게 시골본당을 싫어하시는 것 같다. 생각난다. 미쟁이처럼 아궁이를 손수 고치시던 끄름 투성이의 소박한 얼굴에 웃음 가득 담으시던 어느 신부님의 모습이….
복잡한 만원 버스에 이리저리 밀리며 10리 길을 걸어 공소에 미사 드리러 다니시던 신부님ㆍ수녀님들의 노고. 극도의 피로에 현기증을 일으키시며 그래도 미소를 잃지 않으시던 어느 수녀님의 얼굴.
그 얼굴이야말로 성모님의 모상처럼 아름답게만 보였다.
가난한 무리 속 또 최전방에 계시는 그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우리는 그들을 위해서 너무 인색하지 말며 교회 지도자 여러분들께서도 좀 더 가난한 자들의 음성에 귀 기울여주시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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