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의 새해를 맞이하여 교형 제위의 가정에 하느님의 은총이 충만하기를 빌어마지 않는 바이다. 새해에는 새 마음으로 새로운 계획을 꾸미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우리 교회는 20세기의 4/4분기의 첫해인 76년에 어떠한 마음과 계획을 가져야 할 것인가.
먼저 우리는 교황 바오로 6세의 신년 메시지의 가르침을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교회는 매년 1월 1일을 평화의 날로 정하고 교황은 전 세계를 향하여 평화의 메시지를 발표한다. 금년에는 특히「평화의 진정한 무기」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삼았다. 오늘날의 세계 현상은 대체로 평화를 누리고 있는 것 같으나 사실은 그것이 표면상뿐이고 내면으로는 분쟁과 전쟁의 준비가 잠재돼 있기 때문에 비록 평화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일시적인 것이고 영구적인 것이 되지 못하는 것은 명백한 일이다.
여기 대해서 바오로 6세 교황은 그 메시지에서 진정한 평화, 영구적이 될 수 있는 평화의 무기는 정의와 사랑과 克己의 세 가지에 있다고 갈파하고 있다. 즉 정의는 교만하지 않고 잔인하지 않고 약자를 보호하고 폭력자를 벌하고 질서를 지켜주는 것임을 밝히고 정의 없이는 진정한 평화는 이룩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정의는 또한 사랑과 선의로 무장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첨가하였다. 사랑이 없는 정의는 냉혹하기 쉽고 정의없는 사랑은 감상에 흐르기 일쑤이다. 그러므로 정의와 사랑은 항상 표리일체의 형태를 취해야 될 것이다.
다음으로 교황은 평화의 삼대 무기의 하나로 극기를 역설한 점이 또한 그 특색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극기는 보복 금지와 용서의 두 가지 요소에 역점을 두었다.『당신의 오른뺨을 치는 사람이 있거든 왼뺨마저 돌려 대주시오』라는 복음말씀(마5ㆍ39)을 들어서 보복을 금지하는 표준으로 삼았고 또 용서는『약하고 비겁해서가 아니고 불의에 대한 양보로서도 아니고 그것은 형제로서의 사랑의 표시요, 하느님의 용서를 받기 위한 동기의 행위이다』고 지적하였다.
20세기의 마지막 분기는 바야흐로 폭풍전야의 정적처럼 위장 평화와 잠재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감이 없지 않은 이때에 바오로 6세 교황께서 위와 같은 평화의 보장으로서의 삼대무기를 제시하면서 전 인류와 교회에 대해 심중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실로 우리 모두가 옷깃을 여미고 각오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당면한 한국 교회로서는 어떻게 해야 교황 메시지에 부응할 수 있겠는가. 무릇 새해의 새 결심은 새로운 창의력을 모색하는 것이다. 우리는 오늘날까지 너무나 전통과 인습에 집착한 나머지 모든 면에 있어서 창의성에 민감하지 못한 느낌이 많았다. 시대의 징표가 변이될 때에는 그것을 잘 식별하여 복음의 빛에 비추어 해석하고 판단하고 이에 대한 해답을 선포해야 한다.
이것이 교회의 시대적 사명인 것이다. 이러기 위해서는 항상 과거에 집착함이 없이 현재에 입각하면서 미래를 향한 창조적 사고와 판단과 선포가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술한 정의와 사랑과 극기의 삼항목에 대해서 구체적인 새로운 실천 조항을 모색해야 하겠다. 그를 위해서는 성직자ㆍ수도자ㆍ평신도의 각계를 망라하여 중지를 총집하는 어떤 형태의 대기관을 설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도가 아닐까도 사료된다. 다행히 지난 연말에 전국 기구로서 주교회의 안에 전국 정의평화위원회가 설치되었으니 이 기구가 차제에 평화의 제일 큰 무기인 정의를 교회 안팎에서 총력으로 추진 실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선 교회 안에서도 정의롭지 못한 부조리 현상이 없지 않음을 솔직히 시인하고 여기서부터 근원적으로 쇄신하는 무슨 과감한 창의가 있어야 하겠다.
예를 들면 교회 안의 종사 직원들의 근로 대우문제만 하더라도 일반 사회의 노사문제에 앞서서 먼저 해결할 결단을 내려야 하겠다. 그리고 교회 각계층 간의 거리감 같은 것도 좀 더 획기적인 자세의 혁신이 있어야만 교회 안에 진정한 의미의 평화가 교회 안에 진정한 의미의 평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면서 교회 밖의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모든 부정의에 대해서 용감히 고발하고 바람직한 정의는 결의를 새해에 새롭게 하기 위해서는 교구적으로 일대 평정을 거치는 새 바람을 한 번 불러일으켰으면 하는 소망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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