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랑이란 말을 수없이 들어왔지만 고귀하고 값진 사랑을 가져보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였다. 그런데 우연히 병고로 재산과 가족을 함께 잃고 근친의 저주와 냉대로 실의와 절망에 빠져 모든 것을 체념하고 살던 중 아사 직전에서 기적으로 생명을 되찾고 보니 감개무량하여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감사의 눈물이 얼굴을 적셔온다. 집도 절도 없이 병들어 지친 몸을 끌고 의기소침하여 비바람이 몰아치는 황토길을 걷다 지쳐 각혈을 하고 쓰러져 버린 가련한 생명. 말이 인간이지 피골이 상접하여 흰 죽사발 같은 눈만 껌벅이고 머리는 흙과 먼지로 범벅이 되어 악취가 코를 쏘는 짐승 같은 동물을 주님의 참사랑을 받들어 친절히 데려다 깨끗이 씻어주고 극진한 간호로 보살펴 주는 사랑의 손길은 눈물겹도록 고마왔다.
바로 마리아회 구호소 여러분들! 그들은 내가 밥을 못 먹으면 녹두죽을 구미에 맞도록 물수건을 들고 옆에 앉아 외로운 마음을 달래주고 밤을 지새며 고통스러운 괴롬을 홀로 겪고 주님께 평안을 밝혀줄 땐 정말 나도 모르게 콧날이 시큰해 왔다. 바쁜 시간에 틈틈히 간식을 치마폭에 싸가지고 와서 먹으라고 권할 적엔그 갸륵한 인정의 따뜻함을 맛 볼 수 있었고 임종하는 이에게는 성모님의 자비를 빌며 한도 많고 설움 많은 외로운 인간의 최후를 손을 잡고 끝까지 눈을 평안히 감게 하는 마음씨는 내 머리를 절로 숙이게 했다. 이러한 사랑이 사막 한 세상에 널리널리 퍼지고 퍼져 사랑의 물결이 온 누리에 일어나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