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절설 중「아마존」유역에 여인들만이 살았다는「여인왕국」이야기가 있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영화로서 상영된 걸 구경한 일이 있는데, 이곳에는 남성 세계의 전제ㆍ횡포를 피해 온「노라」족들이 스스로 왕국 체제를 형성해서 전 세계 여성들에게 여자의 자주성과 능력을 과시, 계도하는 것을 그 국시로 한다는 좀 환상적이면서도 흥미있는 내용이었다.
헌데, 이 환상적인 여인천하 이야기가 우리 가톨릭의 행사나 활동에는 현실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자주 본다.
극작가 이서구 선생이 쓰신 글 가운데 당신이 관계하는 방지거 3회와 매일 나가는 아침미사에도 몇 안 되는 참예자들 중, 거의 전부가 여인네들-그 중에도 특히 할머님네들이 태반이라는 데서「가톨릭은 여인 세계-특히 할머님네 세계」라는 말씀을 하신 걸 읽은 적이 있다.
또 며칠 전 주일 날이었다.「교도소후원회」임원들이 추운 겨울날 영어의 몸으로 고생하는 재소자를 위문코자 위문금품을 모집하러 나왔었다. 그날 따라 유난히 쌀쌀한 날씨였는데도 아침 첫 미사 때부터 하루 종일 성당 마당에 서서 교우들의 협조를 구하는 성의에 우선 놀랐고 또 그날 나온 임원들이 한결같이 부인네들뿐이란 데서 또 한 번 놀랐다.
마지막 미사가 끝나고 임원들과 커피 한 잔씩을 나누는 자리에서 어느 입빠른 분이『아니, 여자들은 이렇게들 수고하는데 남자분들은 도대체 뭣들 하는 거죠?』하고 따지기에『아 그야 직분이 다르지요. 여자분들은 교도소 후원하는 일을 맡고 남자분들은 하릴없이 교도소 들어가는 일이나 맡지요』하고 익살 섞인 어색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스도 수난시에도「베드로」를 비롯한 남자들은 그리스도를 배반하고 달아났으나「베로니까」을 위시한 예루살렘의 부녀들은 의리 없는 군중을 헤치고 끝내 그리스도를 쫓아가 그 얼굴에 흐르는 피땀까지도 씻어준 사실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이제나 그때나 역시 그리스도는 남자들에게보다는 여자들에게 더 매력적인 분이었기 때문일까?
하기야 남자들이 가족들이 생계를 떠맡아 사업에 쫓기거나 직장에 매이다 보면 좀처럼 교회 출석이나 활동을 할 시간적 또는 정신적 여유가 없으리란 점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헌데 문제는 사교상 가진다는 술좌석이며 취미 바둑이며 건강 유지를 위한다는 등산 낚시 골프 등의 일에는 어찌도 그리 틈을 잘 낼 수 있으며 또 억지로라도 시간을 짜낼 수 있나 하는 점이다.
또한 마치 교회 예절이나 행사에 잘 나가는 남자는 어딘지 좀 사회 활동의 폭이 좁고 좀스러우며 한가한 사람쯤으로 취급해 버리는 그 묘한 풍조에 있다. 부인네들만 해도 그렇다. 교회 일에 앞장서 활동하거나 협조하는 게 무슨 팔자 좋은 몇몇 여자분들의 파적거리이거니 정도로 여기고 일응은 뒤로 빠지거나 남한테 미루어 버리는 아주 식상스런 태도를 본다. 사람마다 이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바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마침「여성의 해」이기도 했던 금년 한해를 마지막 보냄에 있어 정녕「男性 不在」의 가톨릭 활동 풍토에서 우리가 참으로 사귀어야 할 대상이 과연 누구이며 건전하게 보존해 가야 할 가치가 도대체 무엇이며 진정 경시해야 할 풍조가 어떤 것인가를 짐짓 반성해야 할 계제가 아닐까?
「有力出力」「有錢出錢」(힘 있는 이는 힘을 내고 돈 있는 이는 돈을 내라)는 중국식 표어가 있거니와 다가오는 새해에는 심려(深慮)와 적극(積極)의 남성적 활력을 가톨릭 활동에 불어넣을 구상을 해봄직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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