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가 지난 연말경인 12월 10일에 주교 상임위원회 직속 기구로 재출발하였으며 신년 벽두인 1월 4일에는 사업 계획을 위한 이사회를 열었다.
아직은 총회에서의 규약 채택, 임원진 구성, 사업 계획 시안, 토의의 과정을 끝냈을 뿐이므로 정의평화위원회의 일 단계 활동은 76년 새해에 기대해 보게 된다.「정의평화위원회」는 현대 세계의 상황에 부응하여 교회가 사회 안에 살아 있는지 아니면 잠들었거나 죽어 있는지를 판가름해 줄 만한 역할을 띠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요한 교회 공식 기구이다. 그런데 이미 설립되어 있었던「한국 정의평화위원회」는 그동안 눈에 띄게 활동을 보여 준 것이 드물며 현명한 노력이 없이는 기대하기 힘든 여건 속에 있다. 이런 뜻에서 교회와 신자 모두가 76년 한 해를「정의평화위원회」활동을 지켜보는 해로 염두에 새겨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한국 정의평화위원회는 1970년 8월 처음으로 발족되어(총재 황민성 주교) 1973년 10월에 주교회의에 의한 총재 개선(총재 지학순 주교)과 그에 따른 임원진 개편이 있어 연 4차의 총회를 거쳐 지난 12월 10일에 있었던 제5차 총회에서 주교 상임위원회 직속 기구로 재발족되었다. 이때 명칭도「한국 정의평화위원회」에서「한국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로 고쳐졌다. 정의평화위원회의 원래 성격에 따르면 인종 신분 종교의 차이에 구애 없이 선의의 모든 사람이 함께 일할 수 있게 되어 있으므로 명칭에「천주교」를 넣어 국한된 인상을 줄 필요가 없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한국적 시대 상황이 계속 다사다난하므로 주관자인 천주교회가 자신을 책임지고 좀 더 정돈된 자세로 일을 해 나갈 결의를 세웠으므로 기구 명칭에「천주교」를 삽입 명시한 것으로 보게 된다.
가톨릭 교회의 세계적 공식 기구인 정의평화위원회는 제2차「바티깐」공의회 정신의 소산으로서 교황 바오로 6세가 1967년에 발표한「민족들의 발전 촉진에 관한 회칙」속에서 이 위원회 설립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마침내 공의회의 요청도 실천하며 나아가서 발전도상에 있는 민족들의 정당하고도 중대한 요구를 들어 주려는 교황청의 노력을 보여 주기 위하여 최근 교회 중앙 행정 기구에 교황 직속 위원회를 두기로 했다.
하느님의 백성 전체를 움직여 시대적 사명감을 체득케 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여 계속 향상시키며 국가 간의 사회 정의를 고취하는 한편 저개발 국가에 원조를 제공하여 그들 스스로가 발전을 촉진할 수 있게 해 주는 임무를 이 위원회에 맡긴다.「정의와 평화」가 이 위원회의 이름이며 동시에 사업 계획이다. 이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가톨릭 신자들과 그리스도교 형제들뿐 아니라 모든 선의의 사람들이 함께 노력과 노력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오늘 모든 사람들에게 엄숙히 호소하거니와 서로 의논하고 협력해서 개인의 완성과 인류의 발전을 위해 힘쓰기 바란다』
교황 바오로 6세의 이 호소는 세계 정의평화위원회와 우선적으로는「로마」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 설립의 근거와 이념이 되었다.
한편「한국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도 이번 재발족을 계기로 채택한「규약」의 제1장 제3조에서 이 위원회 존립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본회는 복음을 토대로 하여 현 세계에 정의와 평화를 구현하여야 하는 하느님 백성의 시대적 사명감을 자각시키며 한국의 정치ㆍ경제ㆍ사회문화 발전 계획을 추진함에 있어 인간의 존엄과 정의 평화를 구현한다』
이와 같이 표명된「정의평화위원회」의 활동 정신은 그야말로「정의와 평화」자체가 사업 계획일 만큼 광범하고도 중요한 의미를 지녔으므로 이제 이 기본 정신을 좀 더 정돈하여 보면 다음과 같이 된다.
①하느님 백성의 시대적 사명감을 자각해야 한다. ②제2차「바티칸」공의회의 요청을 실천한다. ③발전도상에 있는 민족들의 정당하고 중대한 요구를 들어 주어야 한다. ④국가 간의 사회 정의를 고취해야 한다 ⑤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사회 현실 속에서 정의와 평화를 구현해야 한다. ⑥그리스도교 신자들뿐 아니라 모든 선의의 사람들과 의논하고 협력해야 한다.
이 정신은 바로 오늘의 그리스도인들이 지녀야 할 세계관이며 소명의식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정신을 앞장서서 실천해야 하는「한국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와 이 위원회에 대한 지도 임무가 있는 주교 상임위원회의 노력과 성과를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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