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50을 바라보지만 생각하면 너무 실없는 인생인 것 같다. 2남 1녀의 엄마인 나는 항상 시간에 좇기며 가정과 일자리를 감당하기에 무진 애를 썼다. 허나 나로서는 힘에 겨웠고 결과는 항상「부족」그것뿐이었다. 육아 전문가들의 말을 빌자면 엄마와 거리가 먼 아이들은 모든 면에서 결함이 많기 쉽다고 한다. 이 말은 나를 항상 긴장케 하였고 나는 그 말을 결코 잊을 수 없기에 길을 걸을 때나 차를 탈 때도 항용 묵주알만을 쥐고 성모님께 매달렸다.「구하면 주신다」는 말씀은 나를 항상「구하는 자」되게 하였다. 또 구하는 바를 주님은 주셨다. 때문인지 지금 나의 세 아이들은 내가 보기에는 바람직하다. 정서적인 면에서도 우리 식구는 잠시나마 모이면 웃고 노래하고 명랑하게 지내면서 살아왔기에 큰 결함이 없으리라. 그때 나는 항상 어떤 글이라도 쓰고자 했고 큰 아이는 좋은 생각이라며 원고 뭉치를 사다 주었다. 어나 내게 시간이 없었다. 직장에서 돌아오면 피곤하기도 하고 또 아이들 뒷바라지에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하였다. 그러던 중 내게도 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두 애들이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고 큰애는 입대한 것이다. 그러나 무료한 시간은 오히려 나에게 고통이 되었다.
심지어는 시간에 쫓기던 날들이 그립기까지 한 것이다 그러던 중 언젠가 큰애가 사다준 원고 뭉치를 찾아냈다. 막상 무언가 쓰려 하니 그리 쉽지가 않았고 자꾸 망설여진다. 그래서 우선 짧은 글을 써 보기로 하여「우리 신부님 최고」라는 글을 냈더니 다행히도 74년 12월 8일자 주부살롱에 채택되었다. 나는 기뻤지만 며칠이 지나 세 아이들한테서 차례로 격려(?)의 편지가 왔다. 중 3이 되는 딸과 대학생인 작은 아들 그리고 입대한 큰아들한테서도 왔다. 세 아들이 독자의 입장에서 한마디씩 한 것으로 기억한다. 큰애는 유모아가 넘치는 글을 보냈고 작은애 역시 그랬다.
그러나 딸애는 평소처럼 온갖 말을 조잘대었다. 엄마 이름이 남자 이름 같다며 이 기회에 예쁜 여자 이름을 선물하겠단다.「최정남」보다는「최순이」가 낫다며 다음에 최순이라는 이름이 있으면 엄마로 생각하고 읽겠다면서 좋은 글을 써서 자기들을 기쁘게 해 달라고 사뭇 떠들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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