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최근 수 개월간 마산교구 내 서부 경남 지역의 7개 시골본당(읍면소재)과 11개 공소를 방문하여 농촌 포교 현황을 견학할 기회를 가졌었다. 순례 소감은 한마디로「한심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모 본당 산하에는 10여 년 전만 해도 10개 공소가 있었는데 지금은 네 곳이 문을 닫고 한 곳이 폐쇄 직전에 있으며 겨우 존속하고 있는 곳도 교우 수가 감소일로에 있었다. 그 이유를 현지 교우에게 물어본 즉『교리도 가르치고 활동할 만한 젊은이들은 직장 따라 도시로 다 나가고 무식하고 무능한 노인들만으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도시본당의 교우들은 매주 신부님의 강론 말씀을 듣고 각종 신심행사에 참여할 기회가 많아도 냉담자가 속출하는 실정이고 보면 1년에 두 번 판공 때에 신부님의 얼굴을 보는 것이 고작인 그들로선 미상불 무리도 아닐 것이다. 어떤 공소는 본당과의 거리가 불과 4~km밖에 되지 않는데도 두 번의 판공 때 외에는 신부님이 거의 오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본당 자체도 부진하여 유지가 힘겨울 정도이고 보니 공소는 더 말해 무엇하랴.
물론 천착하면 자기변명이 될 수 있는 부진의 이유도 있겠고 농촌의 특수 사정 외에 시대적인 일반론도 나올 수 있겠다. 그러나 과거에 천주교 공소 외에 교회당이라곤 없었던 부탁이나 우리가 교회당의 문을 닫은 부락에 개신교의 교회당들이 용립해 있는 것을 보면 농촌 사람들의 기호품인 술과 담배 및 봉제사와 관련하여 어느 면으론 좋은 여건을 가진 천주교 포교의 퇴락현상은 변명할 여지없는 무사안일의 필지라고 말할 수밖에 없겠다.
필자는 공소 순회를 마치고 와서 우리 본당 레지오 회합 때 이웃 본당 산하에 있는 공소 하나씩을 1개 쁘레시디움이 맡아서 자매결연을 맺고 돌봐 주자고 제의했던바 수 개 쁘레시디움에서 호응해와 실천을 계획하고 있다.
차제에 이 지면을 통해 교구 당국에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농촌본당과 공소에 편이 못될 바에는 레지오에 의한 전교 방법을 강구해 주었으면 하는 점이다.
이제 우리 레지오 형제들에게 부탁드리는 바는 앞으로는 레지오 활동 범위를 확대시켜 본당 산하 공소는 물론 이웃본당 산하 공소까지라도 지원할 수 있는 차원 높은 아량을 가지고 전교에 임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전교에 경계선이 있을 수 없지 않겠는가?
옥외 행사로 공소에 가서 그들과 친목을 도모하며 사기도 진작시켜 주고 교리 토론도 하면서 일 년에 몇 번만 대화의 기회를 가져도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물론 방문시는 화려한 옷차림이나 그 밖에 농촌 교우들에게 열등감과 위축감을 줄 수 있는 행위, 또는 폐를 끼치는 일 등은 조심해야 되겠다.
마지막으로 일선 사목을 담당한 신부님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대구 신암동본당 충무본당 전남 완도 본당 재건을 거울삼아「하면 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포교에 임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얼마 전 가톨릭시보에 소개된 완도본당은 노출된 하나의 예일 것이며 그밖에도 이와 비슷한 퇴행성의 본당이나 공소가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독자논단은 애독자 여러분의 난입니다. 교회 내의 건설적인 제안이나 비판이면 무엇이든 환영합니다. 매수는 2백자 원고지 5~7매 정도.
애독자 여러분의 많은 투고를 바랍니다. (편집자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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