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년 4월에 가톨릭과 개신교의 공동사업으로 착수한 성서 공동 번역은 71년에 출간된 신약 공동 번역본에 이어 금년 4월 10일의 부활절을 기해 구약 공동 번역본의 출간을 보게 되어 9년 만에 신구약 서의 공동 번역이 완성되었음은 실로 한국 그리스도 교회에서도 교회의 획기적인 장거이며 전 세계 교회에서도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서 커다란 자랑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먼저 깊이 축하의 뜻을 표하고 또 그간 공동번역위원 제위의 지대한 노고와 관계 기관 인사의 꾸준한 지원에 대해 심심한 감사를 드리고자 한다.
신구약 성서가 가톨릭ㆍ개신교 동으로 새로이 현대어로 완성된 것은 다음의 몇 가지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본다.
첫째 우리 가톨릭 측으로 볼 때 오늘날까지 신구약의 현대화 완역본이 없었던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것은 일제하의 제약, 6ㆍ25동란 등 저간의 저해 요소가 많은데도 기인한 것이지만 여하간에 일반 신자들의 성서 학습에 큰 지장을 준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제2차「바티깐」공의회 이후 성서 연구가 강조되고 또 양교과의 성서 공동 번역이 일치운동의 일환으로 장려됨에 따라 한국 교회에서 적극적으로 솔선 착수, 드디어 일차적으로 출간을 보게 된 것은 성서 완역본에 목말라 하던 가톨릭 교회로서는 한천에 감우를 만난 것만큼이나 기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둘째로는 일치운동의 위치에서 볼 때 공의회 이후 공동집회 공동기도 공동봉사활동 등 일치운동의 분위기가 증진되어온 것은 종전의 반목이나 무관심 상황에 비해서 이번의 성서 공동 번역은 가장 어려운 사업을 호양과 협조의 정신으로 훌륭히 성취한 것은 교회일치운동의 앞날에 커다란 서광을 보여준 이정표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성서가 성령의 감도로 쓰여짐과 마찬가지로 번역도 또한 일치의 성령의 인도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감득할 수 있다.
셋째로는 구약성서에서 가톨릭과 개신교 간에 종래로 토비트서의 칠권을 성서로 인정하는 여부에 관해 견해를 달리하는 것에 대해서 가톨릭용에는 이를 포함하고 개신교용에는 이를 제외하는 등의 현명한 방법으로 논쟁을 피하고 타결을 보았다는 것은 양측의 오해를 없이 하고 또한 상이점을 분명히 하는 이점마저도 가져올 뿐 아니라 일반 비신자에 대해서도 관심 있는 사람들의 선택의 자유에 맡기는 좋은 그리스도 교회의 태도의 표현이 되기도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음은 번역된 성서의 문장과 내용과 용어 등에 대해서는 번역 관계자에게 칙문한 바에 의하면 중학생 정도의 독자를 고려해서 교인은 물론 일반인까지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되었다고 한다.
또 번역의 원칙으로 직역적 일치를 피하고 내용의 동등성을 취하여 독자들이 원문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노력하였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용어에 있어서는 새로운 시대의 현대어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특히 고유사는 ①양 교회가 현재까지 같이 사용하는 것은 그대로 두었고 ②그렇지 않는 것은 사진이나 교과서에서 쓰는 방법을 따랐고 ③이 두 가지가 다 아닌 것은 원어의 발음을 따랐다는 것이다. 특히「신」의 용어 문제에는「하느님」과「하나님」의 사이에 번역위원들이 많은 고충을 겪었다는 후일담도 있다.
그러나 총체적으로 보아서 현대인들이 평이하게 그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게 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며 이것이야말로 하느님 말씀의 시대적 육화를 위해 당연 이상의 일이다. 다만 명사 표시의 용어문제는 상호간의 관용상의 차이에서 오는 것으로서 일시적인 원화감이 약간 없지 않을 것이나 이는「새 술은 새 부대」의 교훈대로 때의 흐름에 따라 자연적 융합이 이루어질 것으로 낙관할 수 있다.
오랫동안 대망했던 성서의 현대어판 완전 번역본이 빛을 보게 된 것은 더할 나위 없는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성서가 서점에 있는 것보다는 가정에 있어야 하고 또 성서가 서가에 있는 것으로 족한 것이 아니고 읽혀져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앞으로 각층의 신자들이 1인 1권 정도의 성서를 갖도록 보급되어야 하고 또 모든 신자가 성서에 맛을 들여 1일 1독의 정성을 다하여 신앙에 양식을 충분히 섭취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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