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라는 길지도 짧지도 않는 세월을 한 직장에서 보내다가 보니 어느 때부터인지는 몰라도 그만 등 외로 밀려나고 말았다.
등 외 인생-누가 일부러 등 외 인생이 되길 원하겠는가마는 결과적으로 등 외로 기타 다수에로 밀려나는 것을 어찌하랴.
한편 생각해 보면 세상에 났다가 죽을 때까지 누구도 주역만을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렇더라도 사람에게는 기회가 있는 법이다. 어떻게 보면 산다는 것은 준비한다는 것이다. 오늘도 잘 모르면서 내일이 어떻다고 주제 넘은 짓을 할 수는 없고 내일의 주역을 위해 오늘을 열심히 살다 보면 내일 역시 오늘 같아지기 일쑤다. 그렇다면 오늘을 사는 것이 바로 이 등 외 인생을 기타 다수에 속하며 살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과연 등 외가 아닌 기타에 속하지 않는 주역이란 무엇인가? 쉽게 말해 역사의 선두 주자, 역사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해 두자. 하여튼 역사가 이들에 의해 창조된다고는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은 지나친 표피적 관찰이요 일면성에 지나지 않는다. 절대 다수의 총합된 에네르기 없이 어찌 극소수의 힘만으로 역사가 창조될 수 있겠는가. 오히려 그 역으로 절대 다수로 분류되는 소위 기타 등등의 대중이 그 창조적 소수를 만든다는 것이 더 논리적 귀결일 게다. 문제는 다른 사람에 의해 등 외로 분류되느냐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자기가 어떻게 분류하느냐이다. 스스로의 작정이 문제다. 물론 주변을 이웃을 전연 도외시할 수는 없을지라도 결국은 자기 자신의 주체적인 각성이 문제다.
누가 만일 자기 자신에게서조차 등 외로 밀려나 버린다면 그 얼마나 참담하겠는가? 다 제 나름으로는 모두 제 꼴값은 하고 사는 것인데 말이다.
어느 누구도 나의 생을 대신할 수 없고 또 책임져 주지도 않는다. 최후 최종의 책임은 자신에게 돌아올 뿐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세상에서 잘난 체하는 주연급 인사를 밀쳐 두시고 누가 보아도 밀려나 버린 것만 같은 등 외의 사람들을 제자로 고르시고 또 기타 다수들의 각성을 촉구하신 게아니겠는가? 따라서 외면으로 누구를 등 외로 기타로 판정할 수는 정녕코 없다. 그것은 극히 내면적인 것이요 극히 은밀한 것이기에 단지 하느님과 자기만의 것이다. 그렇더라도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는 데는 창조적 소수뿐 아니라 이 각성된 다수가 있어야 한다.
아니 모두가 각성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모두가 제 값을 하며 힘껏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서 통치자들도 대중 조작의 기술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려는가 싶다. 또 대중을 편의대로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또 자기 편으로 간주하려는가 보다. 사실은 별로 힘도 없는 두려워하고 그들이 회유되지 않을 때는, 철저히 배재해 버리려 온갖 수단을 다 하나 보다. 오히려 그들의 편에 서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할 텐데도 … 지도자란 다른 누구도 아니다. 한마디로 하면 이 기타 다수에 드는 사람들 특히 예수님께서 당신의 이웃으로 선포하신 사람들을 진정으로 연민하고 그들 편이 되어 함께 하는 사람이다. 곧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진정 자기 값을 할 수 있게 제 몫을 다하게 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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