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어디에 아버지를 보고 아버지라 부르지도 못하는 이런 기막힌 사연이 있겠습니까? 이 세상 어디에 배움의 길을 거절 당해야 하는 곳이 있습니까? 나를 낳아 손발이 다 닳도록 애지중지 길러 주신 어버이 앞에「왜 나를 낳았습니까」하며 원망하는 어처구니 없는 자식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러나 아버지 용서하십시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천부의 인권을 지니며 자기 능력에 따라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나환자의 자식이기 때문에 우린 마음대로 배울 수도 없는 비애를 짓씹어야만 했습니다. 나를 낳아 길러 주신 부모님 슬하에서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우린 마치 죄인처럼 철부지 8살 때부터 고아 아닌 고아원 생활을 해야만 했습니다. 무엇이 무엇 때문에 받아야할 죄이기에 저는 이다지도 가혹한 벌을 받아야만 합니까?
땅을 치며 통곡해도 하늘이 무너져라 소리 쳐도 나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읍니다.『경아가 선생님 말씀 잘 듣고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해』하시며 코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시며 나를 부둥켜 안고 우시던 어머니, 그렇지만 고아원 생활도 때론 재미있었어요. 친구들이 많으니까요. 그러나 모든 사랑을 주시는 부모님이 안 계시는 저에겐 더없는 슬픔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린 당연코 그렇게만 자라야 되는 줄 알았습니다. 생각 같아선 당장이라도 부모님 곁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어디를 어떻게 가야 할지 몰라 발을 동동 굴리며 울기가 일쑤였지요. 어떨 땐 어리광을 부리며 엄마에게 동전 몇 푼을 받아 맛있는 과자를 사기 위해 가게로 달려가다 보면 꿈이었고 그때 잠에서 깨면 엄마 아빠가 생각이 나 혼자 밤을 새우기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생활의 연속 중에서 나는 성장했고 여기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꿈에도 그리던 고향, 부모님 곁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나는 어렴풋이 뭔가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정말 엄청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사람들은 그곳이「문둥이촌」이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하고 많은 사람 중에 하필이면 내 부모가 … 』그제서야 나는 모든 것이 생각났습니다.「내가 학교에서 쫓겨나던 일, 이제껏 부모를 두고도 고아 아닌 고아가 된일이 모든 것이 아빠, 엄마가 문둥이이기 때문에서였구나」하고 생각하니 한없이 부모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이 뼈 저린 아픔, 이것은 문둥이 부모를 둔 자식이 아니고는 생각지도 못할 엄청난 비극이었습니다.
그러나 난 이곳 고향 부모님과의 불과 몇 달 안 되는 생활 중에서 부모님의 참사랑을 알게 되었고 그 부모님이 내게 무엇을 바라고 있다는 것도, 그리고 나를 위해 온 생애를 다 바친 부모님에게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알게도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곳에서 농사를 지을려고도 했지만 부모님의 완고하신 만류에 밀려 부산 살레지오회 파라이문도 신부님이 계시는 기술학원엘 가게 되었습니다. 여기에서 나는 우리 동료 26명과 함께 우릴 낳아 주신 부모와 길러 주신 신부님 그리고 여러 은인들에게 보답하기 위하여 살레지오 아들회를 만들어 한 사람도 낙오됨이 없이 훌륭한 기능공이 되자고 굳은 맹세를 했습니다. 그리고 고마우신 은인들에 대한 보답과 더불어 우리와 같은 처지에 있는 동생들의 선도를 위해 최선의 협조를 다하자고도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동료의 이야기를 들으면 아직도 전라도 어느 지방에서는 우리들 나환자 자녀들과의 공학을 반대하여 분교를 건립해야 한다는 시비가 있다고 하니 우리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제발 저 고사리들이 티없이 자라날 수 있도록 다시는 그런 시비가 없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또 다가올 내일을 위해 무엇이든 열심히 배우고 터득하며 주께 기도 드리고 애원합니다. <요셉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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