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몹시도 반가운 날이었다.
7년 동안이나 보지 못했던 나의 작은 벗을 만나다니 …
7년 전 혜임은 몹시도 가냘프고 신비로운 소녀였다.
하이얗게 창백한 얼굴에 비해 유난히 맑고 크기만 한 눈동자를 굴리며 무언가 애타게 기다리는 듯한 동경에 찬 그녀의 눈길을 난 정녕 잊지 못했다.
건강이 좋지 않아 학업을 중지하고 슬픔과 번뇌에 마음 못 잡아 허덕이던 그녀『찾고 싶어요. 나의 꿈을. 그러나 아무 것도 찾을 수가 없네요』
흐느껴 말하던 그녀를 보고 난 괜히 마음 속 충격을 받고 가슴이「뭉클」하곤 했었다. 물론 때가 때이니 만큼 소녀의 꿈은 마냥 크고 깊었으리라.
그때마다 나의 작은 신앙심은 어서 그녀의 마음 속에도 진리와 믿음을 주시길 간절히 주께 기도했었다.
그리고 자주 삭막한 바닷가 모래 사장을 거닐면서 또는 숲 속 밀림 속에 작게 뚫린 오솔길을 걸으면서 난 그녀의 작은 친구가 되어 주곤 했었다. 그 후 소식이 끊긴 지 7년.
그런데 오늘 이렇게 만난 것이다.
그녀는 이제 성숙한 여인으로 변해 있었다.
모 학교의 교사로 있다며 그렇듯 슬픈 표정 대신 몹시도 자상하고 다정함을 풍기게 한다. 아직도 꿈 많은 소녀 마냥 반짝이는 눈도 어린 애 같은 청순함도 변한 바 없지만 그녀의 따스하고 평화스러운 얼굴에서 전에는 볼 수 없는 강한 어떤 신념을 엿볼 수 있었다. 그녀는 속삭였다.『저는 얻었어요. 얼마나 큰 꿈을요. 제가 맡은 소녀들의 꿈은 마냥 커요. 난 그들의 꿈을 키워 주는 거예요. 그것은 바로 나의 꿈을 키우는 바로 나의 꿈을 키우는 거니까요. 그것을 생각할 때 너무나 큰 보람과 책임을 느낀답니다.』『됐어요. 모든 것이 다 주님의 은혜군요』『참 교회는?』『나가고 있어요. 주일학교 아이들도 맡고 있지만 아직 너무 부족해요』난 그녀의 겸손한 마음씨에 다시 한 번 감동을 받으며 오늘도 맡겨진 아이들을 충실히 보살펴 준다. 나도 그녀처럼 나의 고운 옛 꿈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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