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피나!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 져 썩으면 무수한 열매를 맺는다.』고 예수께서는 말씀하셨다.
우리는 같은 학교 동기였지만 친한 친구가 된 것은 서로가 직장을 갖고 난 후였다. 그가 천주교 신자이면서도 나에게 성당에 나가길 권유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미지의 세계를 두드리기에 가장 용기 없고 겁 많은 나로 하여금 어느 날 혼자서 교리반을 찾게 만들었다. 「그리스도의 지체」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야 하는 교리반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쉽게 친해질 수도 없는 성격 탓으로 해서 어렵게 예비자 생활을 마치고 영세하기까지 그의 보살핌이 얼마나 컸는지 모른다.
그의 생활은 좀 달랐다. 자기위주가 아닌 주위의 사람들, 즉 내게 어려움이 있을 때 계산하지 않는 도움을 많이 주었고 잔잔한 미소 가운데서도 타인의 잘못엔 따뜻한 충고를 남모르게 해주었으며, 모든 것을 쉽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 자신의 고통은 주위의 사람이 느끼지 못할 만큼 잘 참아내는 모습. 그래서 아기를 갖지 못하는 자신을 남편이 변함없이 데리고 산다는 데 대해서 하늘만큼이나 고맙게 생각하는 등등의.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를 내게 보여 주었다.
45년의 세월이 그에게는 그렇게도 오랜 세월이었던가? 암이 아니라는 조직 검사 결과가 나왔다고 안심하면서 기뻐했는데 엉뚱하게도 심장마비를 일으키다니!
내년이면 나와서 만날 것이라고 10년만의 해후틀 손꼽아 기다리던 우리에게 미국「시카고」의 어느 병원에서 혼자 운명했다는 어이없는 소식이 날아왔다.
나는 아직 그가 내게 베푼 만큼의 절반도 내 주위에 베풀지 못하고 있지만 때때로 휘청거리는 걸음에 용기를 주고, 매 순간에 감사할 줄 알고, 배신하는 사람에게 작은 아량이나마 베풀 수 있게 되었다.
어려울 때 나를 끈질기게 버티게 해주는 신앙을 심어주고 간 내 친구 세라피나!
그는 내게 이런 소중한 신앙을 주었고 천주교를 모르던 내 주위의 많은 사람들도 이로 인해서 같은 신앙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한사람으로 인한 가지들은 오늘도 이렇게 뻗어가고 있으며 그러고 내일도 모래도 뻗어 갈 것이다.
아기를 갖지 못한다는 슬픔으로 해서 남모르는 고통 속에 살다 간 그를 위해 9일기도를 매일 바치면서 그의 고운 영혼이 편히 쉬도록 성모님께 도움을 청하고 있다.
-주여 그에게 영원한 아식을 주소서
-성모여 그의 영혼이 편히 쉬도록 보살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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