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교적 분위기에서 차란 나의 종교적 방황은 교파분열싸움을 목격하면서 시작되었다. 쌍방 진리를 표방하는 분쟁은 집단을 원수로 잘라놓는 비극으로 이어졌고 다시 두 번째 물결은 이른바 감람나무소동으로 친척들의 원만했던 가정을 갈라놓는 날 벼락같은 충격으로 나를 두들겼다. 나는 멍든 회의로 무교회주의로 달렸고 그 속의 모순은 끝내 무신론적 허무 속으로 나를 몰아갔다.
물로 그쯤 된 내 눈에는 길을 가는 경건한 수녀님들의 모습에서 자칭 베드로사도의 후계자집단인 교권주의자들에 의한 가련한 희생자를 느낄 정도였었다.
그러나 그러한 방황 속에서도 내 속 깊은 곳에서의 갈급한 신앙적 회구의 불씨는 하느님께서 은총으로 지켜주셨음인지 성서는 붙들고 다녔다. 카세트 성가를 위로 삼으면서 십자가 건물 사이를 마구 쏘다니는 괴로운 구도의 나날들. 침례를 완전한 것으로 하기 위해 물에 흠뻑 잠기는 세례를 받아도 보았고 삼각산기도원을 비롯한 이른바 「성령」의 불길과 신유의 은사가 풍성하다는 여러 부흥집회도 가보았으나 무언가 석연 쳐 않는 의구심과 형태만 다양해진 종교행사의 야릇한 짓거리들에 실망만 거듭될 뿐이었다.
번화한 길가에서 미국의 신흥종교의 외침에도 귀를 기울였고 자칭 예수의 재림이라는 교주가 벌이는 어마어마한 행사 뒤에 뭔가 성경적인 특색이나 있을까 싶어 기웃거렸으나 답답해한 어느 선배를 통해 그 교주가 저지른 혼음의 비의(비밀의식)의 범죄성과 전과를 알고선 아연실색도 했었다.
또한 1918년에 예수께서는 이미 공중에 재립하셔서 그 다스림이 곧 천년 왕국의 축복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관련되는 성경귀절들을 줄줄이 외우며 상대를 꼼짝 못하게 설득하여 코너에 모는 맹신자 집단의 성서연구에도 몸을 던져보았다.
그러고 끝내는 완전한 허탈상태.
그런 끝에 다시 얻은 것이 가장 뿌리 깊은 전통교회인 천주교에 가보자는 결론을 얻었다. 궁여지책이었던 것이다. 이곳엔 호들갑스런 환영도 없었다.
「할렐루야」하고 흥에 겨워하는 외침도 없었다.
성서의 특이한 해석도 없었다. 병 고치는 신통수를 부리는 살인적 안수도 없고 차분히 가라 앉은 전례의식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성서는 다만 「하느님의 말씀입니다」라고만 봉독 후 소개되는 것이었다. 나는 그 속에서 일단 사도적 교회를 인정하고 예비자교리를 거쳐 세례 받았다.
그러나 의심스런 문제들이 산적했었다. 그렇다고 창피스럽게 누구에게 가르쳐 달라고 손을 벌리는 심정은 좀처럼 되지 않았다. 열심히 미사를 완벽하게 참례하고 혼자서 모든 미사 절차와 그 뜻을 씹어 삭이고 터득했다. 그리고 공번된 가톨릭의 교회다움을 깨닫자 견진성사를 지원했다. 이로써 나의 기나긴 방황은 종지부를 찍었다. 축복스럽게도 김 추기경님의 집전 하에…. 이제 더는 방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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