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4일 오후 1시 부산시 대저1동 김해교도소 내 10여 평 됨직한 방에는 별난 레지오 쁘레시디움 주회가 열리고 있었다.
주회가 열리고 있는 방의 복도를 순시하는 교도소 내 전경들의 발걸음소리가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는 가운데 재소자단원들은 방문입구에 경비를 선 신자교도관과 함께 우렁찬 목소리로 묵주기도를 시작했다. 매번 되풀이 되는 주의 기도 성모송의 구절구절마다 정성과 힘이 깃들어진 열성 어린 기도였다.
단장을 비롯한 11명 단원들은 대부분 살인내지 살인미수로 거의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몸들.
단원들은 이 자리에서 작업장 감방 등에서 동료재소자에게 오해받아 구타당하거나 욕설을 듣고도 맞서지 않고 인내한 내용들을 보고했다. 또 몸이 불편한 재소자의 식기를 닦아준다거나 밥이 부족한 동료에게 자기 밥을 나눠준 선행사실을 단원들에게 알렸다.
한편으로는 가톨릭에 관심 있는 재소자에게 짬을 내어 교리를 이야기해준 사례 등 전교한 일들을 발표했다.
무엇보다도 교도소를 수도원으로 여기는 듯이들은 틈틈이 하루 평균 5단 정도의 묵주기도 바친 결과를 각각 보고하는 것이었다.
이 쁘레시디움을 관할하는 부산 제9꼬미씨움 김태윤 단장의 말대로『분위기 좋고, 쁘레시디움 규약을 절대 준수하는』이들 단원들이 레지오 주회에 크나큰 위안을 얻고 있다는 것은 18차에 걸친 주회동안 11명 모두가 단 한 번의 결석도 없었다는 사실로도 알 수 있었다. 심하게 아파도 동료에게 업혀서까지 주회에 참석하는 통에 사실상「출석자 호명」이 필요 없는 단체이다.
이 쁘레시디움 주회를 지켜본 기자의 마음은『어둠 속에 있는 이가 큰 빛을 보겠고 죽음의 그늘진 골짜기에 사는 사람들이 빛이 비치리라』는 이사야예언자의 말씀대로 세상이 경원하는 곳의 죄인들이 오히려 세상의 죄를 보속해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레지오 주회를 기다리는 재미로 산다』는 K재소자의 말이 뇌리에 박히면서 「다른 교소들에도 쁘레시디움이 많이 창단됐으면…」하는 염원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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