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가지고 있는 것을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시오. 해지지 않는 돈지갑을 만들고 재물을 하늘에 쌓아두시오. 거기에는 도둑이 들거나 좀이 먹거나 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그 재물이 없어지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재물이 있는 곳에는 여러분의 마음도 있습니다』이 성경 말씀은 루까복음 12장 33~34절.
요즘처럼 인정이 메마르고 삭막한 현세의 우리들의 마음에 경종을 울려주는 말씀이다. 온갖 사회의 부조리가 곳곳에서 범람하고 지식인들의 능력은 어떤 목적을 위해서 남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을 위한 어떤 수단에만 온갖 심혈을 쏟고 있으니 어찌 하늘에 재물이 있을 수 있을까? 며칠 전 신문 보도에 의하면 자기만이 잘 살기 위하여 재산을 해외에 도피시키는 일이 있는가 하면 죽어서 썩어 없어질 자기 육신을 묻을 묘소에다 기천만 원짜리 궁전을 짓는다니 참으로 가소롭기 짝이 없다. 이럴 때는 철학가 빠스칼의 글이 생각난다.『모든 것이 한결같이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배에 탔을 경우도 그렇다. 모든 사람이 방종에 흐를 때는 아무도 그렇치 않는 것처럼 보인다』. 어두운 요즘의 시대에 적절하게 표현되는 말인 것 같다. 자기의 마음이 하얗게 검게 물들어 가더라도 자신의 마음이 어려워진 줄을 모르고 갖은 오류를 범하고도 부끄럼 없이 살아가고 있으니 언제 우리들에게 연대적인 책임을 물어 노아와 같은 홍수가 퍼부어 올지 아니면「소돔」과「고모라」같은 유황불이 이 세상에 내려올지 생각만 해도 두려워진다. 아홉 개를 가진 자가 열을 채우려고 하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것마저 뺏으려는 이런 현실 속에서 양심에 귀의하며 살아가기란 여간 고역이 아니다. 이같이 병들어버린 악습적인 현세에서 사랑의 종교라고 자처하는 우리 신앙인들은 과연 하늘에 재물을 쌓는 일에 인색한 건 아닌지? 뜻은 성자의 생활에 있으면서도 현실은 추악하고 아집과 독선으로 자신만의 울타리를 쌓아가고 있지나 않는지? 염려스럽다. 이웃 형제가 헐벗고 굶주리고 있을 때 우리는 얼마만큼 이웃을 형제적인 사랑으로 포용하여 실천하고 있을까? 우리는 너무나 하늘에 재물을 쌓는 일에 인색하고 있다.
자신의 안일과 편협만이 특권인 양 혈안이 되어 도둑이 들고 썩어 없어질 이 세속에다 쌓아 놓으려고 무던히 노력하고 있다. 무언가 영적인 일에 신경을 쓰고 고민하고 애를 쓴다면 이 사회는 결코 이토록 삭막하고 어둡지는 않을 것이다. 한 개를 가졌어도 반쪽씩 나주어 가질 줄 아는 마음,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이 지체를 하느님의 뜻에 무던히 활용한다면 하늘에는 재물이 풍성하고 이 세상에는 재물이 썩어서 내버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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