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바오로 6세는 4월 23일자로 제주지목구를 정식 교구로 승격시킴과 동시에 대건신학대학 교수 박정일 신부를 주교로 임명 교구장에 발령했다. 박 주교는 평남 평양 태생으로「로마」울바노대학에서 철학 신학을 공부하고 귀국 후 경남 진주본당 등의 주임신부를 역임하다 70년부터는 광주 대건신학대학 윤리신학 교수로 일해왔다. 먼저 제주지목구의 정식 교구 승격과 박 신부의 주교 피임을 축하해 마지않는다. 박 주교는 그 학력과 경력에 있어서 출중했으며 또 그 덕망과 인품에 있어서 훌륭한 지도자의 요건을 갖춘 분으로서 그 막중한 주교직 수행에 크게 기대를 걸어 마땅할 것이다.
제주교구는 광주대교구 소속에서 지목구로 분리된 지 오래지 못하였고 또 본당 수 10여개 신자 수는 2만 명에 미달하고 사제도 20명에 불과하다.
이러한 인적물으로 매우 적은 규모의 교구이기 때문에 사목상 소수정예적 집약 지도에 유리한 면도 있겠으나 인재와 재정의 결핍에서 오는 애로도 적지 않을 줄생각된다. 이 점에 있어서 박 주교의 지혜와 탁월한 역량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다음에 몇 가지 박 주교에 대한 촉망의 말씀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로 주교는 로마 교황과 함께 세계 주교단의 일원으로서 자기가 맡은 교구에만 책임을 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 교회에 대해서도 연대적 관심과 책임을 갖는 것이다.
특별히 그가 소속한 국가적 교회에 대해서는 주교단의 일원으로거 더욱 긴밀히 연결되어 국가 교회의 성쇠에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 오늘날 한국 교회는 14개의 교구와 19명의 주교를 가진 선교 지역으로서는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속해 있다. 주교는 그 교구 안에서의 일치의 정점이 되고 주교단은 그 국가 교회의 일치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한국 교회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때로는 어떤 사안에 한해서는 주교단의 완전한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한 듯한 인상이 전연 없었던 것도 아닌 것이 사실이다. 이 점에 있어서 이번 박 주교가 주교단의 일원으로 가담하게 됨에 앞으로의 주교단의 일치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일비지력을 다해주기를 바라는 바이다.「바티깐」공의회 이후 오늘의 교회가 가장강조하는 점은 바로 일치에 있다.
주교와 사제 성직자와 신도 사이의 일치가 교회의 근간이 됨에 있어서 주교단의 일치는 또 모든 일치의 근원이 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교회는 진정 일치의 성사이고 신비로운 몸이기 때문에 지체 중의 가장 요긴한 지체인 주교들의 일거일동은 실로 전 교회의 일치에 민감한 영향을 주어 각 부문의 지체인 신자들을 아프게도 하고 영광스럽게도 한다. 또 주교는 그 맡은 바 교구의 일치의 정성으로서 교구 안에서 사제들과 신자들과 전적으로 일치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박 주교는 제주교구란 구체적 지역 오늘의 현시점에 알맞는 사목 지도에 각별한 분석과 판단이 있어야 할 줄 믿는다. 제주지역은 한국에서 유일한 큰 도서로서 육지 부분과는 특이한 여러 가지 여건이 있다. 모든 한국적 문화 안에서도 제주 고유의 독특한 전통 기질 습관 등 상당한 특유성을 지니고 있다고 보여진다. 이러한 점에 유의하면서 주교의 교도직도 사제직과 사목직의 토착화에 많은 결과를 가져오기를 바라는 바이다.
특히 주교는 신품성사의 충만함을 지니고 있고 또 하느님 신비의 으뜸 관리자이므로 주교는 양들을 완덕에로 이끌어줄 책임자로서 자기 성직자들과 수도자들과 평신도들을 그 받은 성소에 따라 완덕에 진보시키도록 힘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교는 먼저 사랑과 겸손과 소박한 생활로 솔선수범할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또 주교는 사제들을 특별한 사랑으로 감싸주고 그들을 아들 같이 또는 친구 같이 대우하며 그들의 의견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언제나 그들을 신임함으로써 전 교구의 사목적 사업을 촉진하도록 힘써야 한다. 일반 신도들에 대해서는 그들이 적절히 교회 일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그리스도 신비체 건설에 능동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평신도들의 의무와 권력를 인정해야 한다. (주교 교령 15~16 참조) 주교의 이와 같은 직무 수행에 대해 교구 소속의 사제와 평신도들을 주교의 교도에 합치하도록 존경과 사랑과 협조로 주교를 받들어 제주교구의 일치와 발전에 기여해주기를 촉망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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