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 밤 9시 30분「명화극장」시간에 조나단 스위프트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 한「갈리버 여행기」가 방영됐다. 모처럼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였다. 작은 마을에서 의사 생활을 하던 갈리버는 배를 타고 여행을 하다 풍랑을 만나 어느 소인국 해안에서 의식을 회복한다. 그곳에서 전쟁을 막아 농토를 넓여주기도 했으나 그의 거대한 힘을 시기한 간신배들의 모함으로 쫓겨나게 된다. 두 번째로 도착한 거인국에서도 역시 시기심 많은 신하의 모함으로 같은 봉변을 당한다-▲「갈리버 여행기」의 줄거리는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터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 시청각적인 효과 탓인지 모르나 새삼스러운 감회를 갖게 한다. 조나단 스위프트는 이 소설에서 인간 사회의 추한 모습을 참으로 묘하게 풍자하고 있기 때문에다. 스위프트가 기발하게도 소인국과 거인국이란 것을 설정한 것은 18세기 영국의 정치와 인간과 학문을 신랄무상하게 야유하기 위해서이다. ▲소인국에서 그는 인간성의 왜소를 조롱하고 거인국에선 인간성의 추한 모습을 확대경을 통해 보여주는 것 같다. 소인들은 계란을 깨뜨리는 방법의 차이로 전쟁을 일으키려 한다. 황제는 갈리버가 거대한 힘을 과시할 때마다『나와 같다』는 말을 되풀이하고『정의는 싫지만 벗은 좋아한다』며 위엄을 부린다. 거인국에선 미신적인 마술이 과학적인 의술을 추방한다. ▲스위프트가 이 같은 희화를 통해 후려치는 풍자의 채찍은 이처럼 무서웠다. 당시 영국의 왕당파와 민권파가 모두 그에게 아첨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런 사실로 미루어「갈리버 여행기」가 아동과 소년들에게 유독 널리 읽히는 것은 그의 의도가 아닌 것 같다. 그것은 성인을 위한 소설인 것이다. ▲전제군주 치하에서 스위프트는 이상과 너무나 괴리된 현실을 희화로 풍자할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예리한 독설가요 불만의 화신이며 병적인 염세가로 알려진 그가 만년에 미쳐버린 것도 어쩌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주말의「명화극장」프로를 안내하면서「갈리버 여행기」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로 소개된 것은 그의 풍자가 오늘날에도 크게 공감을 싸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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