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레나는 이제 8살. 국민학교 1학년생이다. 영주는 교회가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탓으로 오후 4시 아동미사의 교리 공부를 하려면 참 힘이 든다. 여름이면 먼지와 뜨거운 태양이 방해를 하고 겨울이면 바람과 추위가 겁이 난다. 또 하나 문제점은 교리가 크게 흥미가 없는 탓도 있다. 이런 복합적인 원인으로 헬레나는 교리반에 잘 다니지 않았다. 부모인 나는 어떻게 해서라도 착실한 신앙인으로 키우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여건이 참 나빴다. 여러모로 신경을 쓰고 유도 작전을 펴고 선물을 사 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잘 나가지 않았다.
나도 한동안 지쳐서 그대로 무관심한 채 수 개월이 지났다. 요즘은 방학 중이므로 집에서 생활하는데 밤이 깊어도 잠이 아니 온단다. 벌써 불면증에 걸리다니? 통 이해할 수가 없다. 어떤 때는 애처롭다. 12시가 넘어도 말똥거리는 눈망울로「엄마 나도 훈이처럼 저렇게 쿨쿨 자면 좋겠어」
동생 훈이가 쿨쿨 자는 걸 보고 몹시 부러워한다.
『엄마, 하품을 두 번 하면 잠이 와?』하면서 몹시 안타깝게 묻는다. 난 여러모로 위안을 해 주었지만 통 잠을 못 잔다.
『엄마 눈을 감으면 텔레비젼에서 본 귀신들이 다 나오는 걸』
감수성이 예민한 헤레나는 충분히 그런 공상을 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헬레나 이제부터 성당에 나가거라』했더니 어떤 구원이라도 얻었다는 듯 기쁜 표정으로『엄마 나 나가겠어, 그리고 기도 드릴게』
주님 착하고 귀여운 우리 헬레나에게 깊게 잠들도록 도와 주소서.
이렇게 기도해 주었더니 편안한 마음으로 스르르 잠을 잔다. 그 뒤부터 착실히 교리반에 나간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끝내 잘 나가서 마음 속 깊이 주님을 믿고 흔들리지 않는 참된 신앙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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