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시보 신년호에서 김태술씨의 여인 천하를 읽고 생각 나는 게 있다. 30여년 전의 수녀라면 이상스러운 하얀 모자를 쓰고 긴 묵주를 발 끝까지 치렁이던, 혹시 거리에서 만나 인사라도 할라치면 주위의 시선들을 따갑게 받았던 신기한 존재였었다. 그러나 지금도 버스 안이나 거리에서 수녀님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 천주교회 안의 개화의 물결을 의식할 수 있는 동시에 신기하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지난 해 기도회에 참석하여 그 많은 수녀들을 보았을 때 사뭇 마음이 든든하였다.
대한민국의 많은 딸들 중에서도 수녀님들은 누구 못지 않는 지성과 깊은 신앙을 갖추어 인생 전부를 주님과 이웃을 위해 바치고자 하는 쟁쟁한 엘리뜨들이기 때문이다.
숱한 기도회 때마다 수녀님들의 여인 천하의 일면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수녀님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서 장 단점을 지녔겠으나 다만 세속에 얽매임이 없이 많은 기도로 자주 반성하고 묵상하는 수도자라 인정해서인지 수녀님들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보통 사람에 대한 그것보다는 한결 큰 것만 같다. 예사로 하시는 수녀님들이나 신부님의 말씀은 그 위력이 대단하다.
부드러운 말씀엔 큰 위안과 기쁨이 있는 대신 조금만 냉정해도 실망이 크다. 지금은 어느 본당이나 거의 수녀님이 계시지만 옛날 시골 본당에서는 수녀님이 계신 본당을 얼마나 부러워 하였으며 언제쯤 우리 본당에서도 수녀님을 모실까 하고 바라던 때가 기억에 새롭다. 응암동의「마리아 수녀원」에 가면 그곳이야말로 여인 천하임을 실감할 수 있다. 그 많은 수녀님들에게서 수녀다움을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검정 앞치마와 검정 남자 고무신을 신고 있는 외모부터가 특이하였으며 엄마가 되어 한 집에 30여명에 아들 딸들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수녀님 머리에 쓴 수건을 움켜잡고『엄마! 엄마!』울며 매달리는 고아들, 인정에 메마른 어린 고아들에게 다정한 엄마 또는 이모가 되어 저들을 안고 걸리고 하여 스쳐가는 뒷모습을 바라볼 때 가슴이 훈훈해져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정신 박약아들과 함께 생활하는 어느 수녀님은 만년 동심에 젖어 사신단다. 한결같이 친절하고 평화롭게만 보이는 진직한 수녀님들을 대할 때는 함께 평화로와진다. 주님의 풍성한 축복이 수녀들께 내리기를 빌며 하시는 일들마다 훌륭한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기도드려야겠다. 내내 여인 천하가 이루어지기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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