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어느 시골에 계시던 신부 한 분이 환속하였다고 그 당시 도하 각 주간지에서 떠들썩한 적이 있었다.
평소부터 비교적 자주 뵙던 분이라 놀라움보다는 결국『그랬었구나』싶었다. 그 신부님은 늘『구약에서는 하느님의 공의로움이 이 세상에 곧장 나타났는데 신약에서는 왜 그렇지 않는가?』고,『왜 이렇게 우리 신자들의 생활이 비참하냐?』고 하며 도무지 하느님의 뜻을 헤아릴 수 없다면서 못 살고 헐벗은 하느님의 백성들에 대한 자신의 무력함을 지극히 한탄하셨기에 아마 올 것이 왔다 보다고 넘겨 짚었다 또한 그 고통이 얼마나 컸기에 오래 몸담아 오던 성의를 벗어 버렸을까 싶었다. 그렇다. 그 시대의 아픔을 아무나 모두 아파하고 함께 하지는 못한다. 특별히 거기에 예민한 영혼이 있기 마련이다.
모든 사람이 쉽게 넘기고 별로 문제 삼지도 않는 일에 마음 걸려하고 아파하는 선택된 사람이 반드시 있다. 그래서 환속할 수밖에 없었던 그 신부는 이 시대의 고민을 혼자서 외롭게 지다가 쓰러져 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얼마 전 어느 고위 성직자를 뵈올 기회가 있었는데 그분에게서 이웃들에 대한 연민과 아픔으로 찌그러든 모습을 보았다. 또 도무지 어떻게 도와줄 수 없는 자신의 무력을 몹시도 안타까와 하시었다.
어쩌면 예수님의 고뇌하는 모습이 있다면 저 비슷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지극히 괴로워 하고 계시었다. 그 중에도 특히 우리가 무심히 넘기고 또 용기와 사랑이 부족하여 애써 멀리 하려는 일들과 그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에 대한 아픔으로 옆에서 보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공연히 사서 그런다고 한다면 다시 할 말은 없겠지만 어느 누가 편하고 쉽게 살아가길 싫어하겠는가만 그토록 고통 받는 이의 아픔을 자기 것으로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것도 아무도 위로 드려 주지 못하는, 오히려 많은 이의 원망을 들으면서 가슴 찢듯이 아파하는 것에 그저 고개만 수그러졌을 뿐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모든 이가 자기의 이익만을 앞세우며 안이하게 살아가려 하고 자기만 잘 되면 그만이라는 극히 현실적이고도 타산적인 세태에 이렇게 고통에 짓이겨지는 분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겐 하나의 위로이며 교훈일 수도 있다. 많은 이를 대신하여 마시는 외롭고 쓴 인고의 잔이겠지만 묵묵히 그 고통을 참아 받는 이가 있으므로 해서 하느님의 나라는 한 발자욱씩 가까와지리라.
감히 그 쓴 잔을 나누어 달라기엔 지나치게 이기적이 되어 버린 어쩜 비굴해진 지 오래이라 저런 분은 우리 같은 속인과는 많이도 틀리는구나-그래서 성직자이구나 싶기도 하고.
또 저는 겁이 나서, 용기가 부족하여 애써 피하면서 남은 그렇지 않길 바라고 나는 못하더라도 남은 해주길 바라는 그러면서도 내심으로는 크게 자격지심이 들어 오히려 그런 사람을 대하기 두려워하는 한편 저런 분이 있긴 있어야지 세상이 바로 되지 않겠는가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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