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바티깐」공의회가 열리기 전에 건립된 성당들은 장식이 많았다. 성상(聖像)과 성화(聖畵)가 많을수록 훌륭한 성당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공의회 후에 지은 현대식 성당에는 그런 장식이 싹 없어졌다. 안쪽에 밋밋한 식탁(?)이 덩그렇게 놓여 있고 그 위에 고상(苦像) 없는 십자가가 천정에 매달려 있으며 한쪽 벽에 감실이 마련돼 있는 게 고작이다. ▲십자가는 하늘과 땅을 잇는 종적(縱的)관계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횡적 관계를 상징하고 있다. 그리스도의 몸과 피인 빵과 포도주를 모신 감실 그리고 식탁은 성당이 갖출 기본 요소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것 이외에 성당이나 성화 같은 장식이 많으면 핵심이 되는 신앙의 대상을 잊어버리기 쉽다. 제일 중요한 것이 장식이라고 오해되기가 일쑤이기 때문이다. 현대식 성당이 단순화된 중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처음으로 현대식 성당이 등장했을 때 대부분의 신자들은 텅 빈 것 같은 성당에서 허전함과 당혹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형식에 젖은 신앙생활은 그대로 있는데 성당의 장식만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현대식 성당을 지었다는 사실뿐이지 왜 그렇게 지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거의 듣지 못했다.「교회」가「가르치는」것을 아주 자연스럽게 잊은 탓일 것이다. ▲약 30년 전 스페인의 예르바스 주교가 꾸르실료를 창시한 동기도「교육 부재」에 있었다. 그 당시 가톨릭 액션단체의 지도자들은 교육이 전혀 안 돼 있었다. 그래서 에르바스 주교는 액션 지도자들과 지도신부를 불러모아 2년간 매주 금요일에 미사를 봉헌하고 교육 강론을 실시했다. 그것이 꾸르실료의 효시였다. 평신지도자들은 주교가 세상 사목을 하는 데 가장 좋은 도구들이다. 이런 지도자들을 모든 액션단체에 분배해 줄 수 있는 기구가 탄생된 것이다. ▲꾸르실료는 우리나라에도 도입돼 번창돼 가고 있다. 그러나 교회 전체적으로 볼 때 교육 부재 현상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앞으로 교회의 동량이 될 청년 학생들에 대한 교육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최근 가톨릭대학생 회장단 회의는「체계적인 학생사목」을 교회 당국에 요청했단다. 교회 당국이 해야 할 소리를 학생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지방대학에서는 학도호국단에 가톨릭학생회와 기독교학생회 등을 가입시켜 주지 않아 교회 내 액션도 불가능하단다. 문제성이 있는「사회 참여」대신 유능한 평신지도자를 양성해야 한다는 원칙적인 주장이 무색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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