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일부터 사순절(四旬節)이 시작된다. 사순절은 말할 것도 없이 부활축일을 준비하는 기간이다. 라띤어 스페인어 이태리어도 우리말의「사순」처럼「40일」이란 뜻을 가졌다. 그러나 영어의 LENT는 중세 영어의「봄철」이란 말에서 나왔다고 한다. 40일이란 뜻이나 봄철이란 뜻이나 우리네 사정과는 통하는 데가 많은 듯하다. 옛날부터 우리에겐 봄철이 곧 보릿고개로 통했기 때문이다. 보릿고개는 식량 부족으로 고통 받는 고비.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고통의 의무를 모르고 그 고비를 넘겨 왔다. ▲고통의 의미를 모르기는 제법 신앙이 돈독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스도교의 신앙은 한마디로 수난과 십자가의 고통을 통해 탄생됐다. 그러나 신앙의 보고(寶庫)이며 옹호자의 집합체인 교회까지도 고통의 신비를 잊고 있을 때가 적지 않았다. 그리스도께서 가난하고 억울하고 헐벗은 이들의 벗이 되셨다는 사실은 강조하면서도 말과 행동에는 거리가 먼 경우가 허다했다. ▲이와 반대로 교회의 지체 중엔 그리스도께서 받으신 고통과 경멸에 적극 참여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예수회 소속 외국인 신부가 서울 변두리 판자촌에「판자집 교회」를 세웠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목사님은 있어도 신부님은 없다는 판자촌에 신부가「복음자리」를 마련했다는 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가히 충격적인 뉴스이기도 하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판자집 교회」는 있어야 할 자리에 있게 됐을 뿐이다. ▲「판자집 교회」가 주목을 끌고 화제에 오른다는 사실 자체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문제는 여기에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면 한 술 더 떠서 엉뚱한 방향으로 곡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무신론자들의 관심과 일맥상통한다면서 신경질적인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애써 과소평가 하려 드는 언동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예수께서 40주야를 단식하신 후 당하신 유혹과 십자가상에서 받으신 경멸과 그야말로 일맥상통하는 것일 것이다. ▲아무튼 이번 사순절 뜻 깊은 시기는 고통의 의미를 올바로 깨닫는 회심의 계기가 돼야겠다. 그래서 우리 모두의 삶이 용서와 사랑을 심는 생활로 전환되도록 노력해야겠다. 마태오복음 25장의 정신대로 우리가 바치는 작은 희생이 주위의 불우한 이웃을 돕는 사랑의 실천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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