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에서 1억까지를 순서대로 셈을 헤이린다면 얼마나 걸릴까. 소년 월간지의 토막지식란을 읽던 둘째 아이 주혜가 물었을 때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1억이라는「불륨」을 생각하면 꽤 걸리겠지만 두세 시간이면 족하지 않을까 열한 살 딸아이는 깔깔 웃었다. 형편없이 틀린 대답이었기 때문이다. 내 눈을 의심했다. 해답란에는 보통 속도로 하루에 8시간씩 60년이 걸린다고 분명히 적혀 있다. 1억은 분명 엄청나게 큰 숫자임을 새삼 실감했다. 그러데 요얼마 전 현금 8억 원을 승용차 적재함에 싣고 다니다가 화제가 된 일이 문득 떠올랐다. 현금 8억 원. 아직 만져본 일 없고 쳐다본 경험도 없으니 얼마 만한 분량인지는 모르겠다. 허나 1억이 큰 덩친데 그 8배라니 얼마나 큰 돈인가. 10만 원 봉급 생활자가 6백60년을 한 푼 안 쓰고 모아야 할 돈이다. 6백60년. 우리 3천5백만 인구 중에서 평생 동안 이런 큰 돈을 가져보기나 만져보기나 할 수 있는사람이 몇이 될까. 아득하기만 한 일이다.
보도된 바에 의하면 8억 소유의 주인공은 23재 된 어느 재벌의 총수. 40여억 원을 탈세했다는 기업주의 일시 은신 중에 터진 토막극이었다. 2억원대의 호화주택. 고서의「링컨 컨티넨털」승용차 체육부 기금에 거액을 희사하고 대학 졸업장 획득, 동거 중인 20재 된 정부의 자살에 1억5천만 원 지급.「팁」많이주는「나이트ㆍ크럽」의 호한. 칠공자의 한 사람. 이런「뉴스」의 밀물 속에 뭔가 대단히 잘못된 일의 전말을 엿보는 듯하다. 정부의 강력한 기업공개 정책에도 순탄치 않았고, 어떻게 23재의 재벌 총수가 가능한가. 처신에 있어서의 도덕적 타락은 이를 지켜보는 이들 성실하게 노력하는 그 많은 착한 사람들을 어떻게 보고 하는 것이란 말인가. 그 작태는 폭거라 규정 지워 마땅하다. 문물과 풍습이 전연 틀린「쉬카고」의「갱스타」알 카포네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 그런 심정이다. 분명 가슴 답답하게 뜨거워지는 분노를 제어키 어렵다. 우리 주변에는 언제부터인지 칠공자가 누구냐로 의논이 분분하다.
1대가 있었고 지금은 2대가 설치고 있다는 그런 말들도 떠돈다. 칠공자의 구체적 면면을 알 길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그 공자의 형체는 검토되고 비판 받고 정화되어야만 한다. 칠공자는 우선 대기업가의 자제가 필수조건인 모양이다. 개중에는 전에 제직을 지낸 자제도 섞였다는 설도 있지만 그리고 현재 그 기업의 고위 관리직에 있으면서 경영에 참여하고 대개는 해외 유학도였다는 점이다.
놀랍게도 유수한 외국 대학에 그럴 만한 연찬을 쌓아 학위를 획득했다는 사람은 없는 모양이다. 밤의 공자라는 이미지도 빼놓을 수 없다. 살롱가의 팁 많이 주는 후한 도련님들. 병역은 모르긴 해도 잘 마쳤겠는가. 그들의 일세들이 어떻게든 모은 재부 위에서 그 축적의 결과를 만끽하고 희롱하고 있는 것일까.
이들의 기업이 오늘날 대체로 부실화 과정에 있거나 지탄을 많이 받고 있는 것도 우연은 아니리라. 자유자본주의는 부의 축적 과정에서의 합리적 경쟁, 부의 결과를 선의로 사용한다는 것이 전제가 되어 있는 것이다. 주식회사의 공개도 그렇다. 그것은 당연히 공개가 선행 요건인 것이다. 이런 전제와 요건이 잠식 당할 때 그것은 바로「가진 자」와「안 가진 자」와의 갈등, 대결로 심화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칠공자란 이치가 존재하고 있는 한 이런 갈등이 상존케 될 것이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자유 민주주의의 적의 부식 온상이 될 것이다. 칠공자적 분위기를 털고, 그 잠재적 당사자들의 자숙과 이를 지켜보는 이들의 예지로서 이 어휘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성실하게 정진하는 이들에게만 복이 있으라. 이는 나만의 비원일까.
지금까지 권정신씨께서 수고해 주셨습니다. 이번 호부터는 박찬종 의원께서 집필해 주시겠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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