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예년보다 봄이 빨리 왔다. 억지와 위협 속의 굳은 분위기에는 아랑곳 없이 날씨만은 한결 따뜻해졌다. 각종 세금 공세와 물가 인상이 놀라고, 소집 영장에 기가 죽고, 방공 소방 연습에 긴장하다 보니 동장군의 퇴각을 미처 알지 못했던가. 며칠 간이나 외투를 벗고 다닌 후에야 봄이 왔음을 알 수 있었으니 무던히도 지각(知覺)이 무디어진 모양이다. ▲그러나 2월 하순에 접어들어서는 아무리 무딘 사람도 봄을 의식할 만큼 춘색이 완연했다. 동장군의 조기 퇴각은 이미 기정사실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 예상은 완전히 뒤집혀졌다. 퇴각하던 동장군이 출판물 보급주일을 잊지 않았던 것이다. 보급주일 바로 전날 저녁부터 이튿날까지 난데없이 눈발이 내리고 세찬 바람이 불었다. ▲해마다 출판물 보급주일이면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기승을 부려 왔다. 그 추위는 교회 내 출판사업의 추운 사정을 상징하는 것 같아 더욱 을씨년스러웠다. 발을 동동 구르는 보급원들을 위해 수녀들이 커피를 끓여 나르는 흐뭇한 인정도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런 고생에 비해 보급 실적은 말이 아니었다. 미사를 마치고 나온 신자들은 추운 날씨에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총알처럼 달아나기가 일쑤였다. 이런저런 이유로 보급원들의 한결같은 염원은 보급주일을 따뜻한 계절로 옮겨 줬으면 하는 것이었다. ▲올해 출판물 보급주일은 예년처럼 춥지는 않았다. 본당 신부들과 평신지도자들의 협조 자세도 예년과 비할 바가 아니었다. 평신도사도직협의회가 출판물 보급운동의 기치를 높이 든 영향이 거의 모든 본당에 미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었다. 각 출판사에서도 이에 힙입은 바 커서 훨씬 능동적으로 움직였다. 교회 출판물이 많이 보급된다는 사실은 교회 생활이 그만큼 풍요하고 활발해진다는 징조이기에 참으로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교회 출판물의 보급 분포도를 보면 그 본당이 지닌 생명력과 규모를 간파할 수 있다. 그 때문에 교황청 매스콤위원회가 반포한 사목훈령「일치와 발전」에는 교리교육 과정에 홍보 교육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교시하고 있다. 이 같은 사정을 감안했음인지 어떤 본당에선 가톨릭시보를 구독하는 신자에겐 찰고를 면제해 주기도 한다. 교무금에 신문값을 아예 포함시키는 본당 신부도 있다. 모두가 희망을 안겨주는 현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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