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만 49주년을 20여일 앞두고 가톨릭시보는 지령 1천호를 기록했다.
돌이켜보면 가톨릭시보가 걸어온 길은 영광의 길보다는 실의와 좌절의 가시밭길이 더 길고 길었다.
가톨릭시보는 1927년 4월 1일 가톨릭 청년들이 월간「천주교회보」를 대구에서 창간함으로써 출발됐다. 당시는 일반 출판물도 희소했던 시절이었다. 창간 6년 만에 타의에 의해 15년간 자진 폐간하는 비운도 겪었지만 선각자인 이들 가톨릭 청년들의 사명감과 의지는 결코 꺾지 못했다. 청년들은 어떤 재단의 지원도 없이 순전히 자신들의 힘으로 엄청나는 희생을 감내하면서 용기와 백절불굴의 끈기로서 정기 간행물인 가톨릭시보의 명맥을 이어온 것이다.
창간 당시 이들 선구자들이 내건 슬로건은「소식보도」「의견교환」「보조일치」였다. 그것은 오늘날 교황청 매스콤위원회가 반포한 홍보 수단에 관한 사목훈령「일치와 발전」의 가르침을 세 마디로 요약했다고 볼 수 있다.
사목훈령 첫 머리에 명시돼 있듯이 홍보와 홍보 수단의 주요 목표는 일치와 발전이다. 이 일치와 발전에는 소식 보도를 통한 정보 교환 그리고 의견 교환(대화)을 통한 여론 형성이 기본 요건으로 필요함은 재언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슬로건 아래 창간된 가톨릭시보는 지금까지 한국 교회에 하나뿐인 신문으로서 교회의 첨단적 소식 보도를 도맡다시피 해왔다.
그러면서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교회 내외의 여러 가지 문제점과 소망을 널리 알리려는 노력도 펴왔다.
그로 말미암아 교회 내에서 서로 자극을 주고받으며 대화를 증진시키고 공동체 의식을 길러준 사례가 측량키 어려울 정도로 많았을 줄 믿는다.
그러나 가톨릭시보가 한국 교회 유일의 신문으로서 그 사명을 다해 왔는가 하면『그렇다』고 선뜻 대답할 수 없는 것이 솔직한 입장이다.
신자들의 불만과 비난을 사기에 충분한 측면이 적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거론되는 보도상의 불충실 문제는 우리의 용기 부족에도 원인이 있다고 보겠으나 가톨릭시보의 명맥이 좌우될 어쩔 수 없는「현실」에 전적인 원인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일반 신문의 수준에 미달되는 초라한 지면을 제작할 수밖에 없는 운영상의 애로 역시 우리의 노력 부족을 탓할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교회의 무관심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색도 여전하여 독자가 서울 대구 부산 지방에 집중돼 있는 현실도 예사문제가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가톨릭시보는 어디서 재정 지원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고 독립채산제로 운영되고 있다. 교회의 정기 간행물 중에서 발행 부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합리적인 운영을 도모하기에는 아직 너무 미흡하다.
이러한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이 놓여 있지만 우리는 지령 1천호를 중흥의 희망 속에 발행한다. 창간 당시 선각자들의 얼이 오늘의 평신도 지도자들의 혈맥 속에 면면이 살아있음을 현실적으로 묵도하기 때문이다.
평신도사도직협의회의 보급운동은 그만큼 뿌리가 깊고 의의가 큰 것이다. 평신도협의회와 우리의 노력이「보조일치」를 이룰 때 소기의 목적 달성은 결코 어렵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이 기회를 빌어 주교 신부 수도자 특히 이른바「엘리뜨」들의 참여를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가톨릭시보가 한국 교회 유일의 신문이고 발행 부수가 가장 많다는 이유만으로도 가톨릭시보의 책임은 그만큼 무겁고 한국 교회는 중지(衆智)를 모아 그 책임을 완수하도록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편협한 일시적 감정에 좌우되지 않고, 교회를 진정 사랑하는 마음에서 거교회적인 참여가 이뤄질 때 인재와 자금을 확보한 가톨릭시보는「교회안의 대화를 증진시키고, 교회에 세상을 알리며 세상에 교회를 알리는」사명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교구 당국은「일치와 발전」에 명시된 대로 교구 대변인을 선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변인이 있으면 교회의 소식과 가르침을 올바르고 완전하게 또한 충실하고 적절하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며 덤으로 가톨릭시보가 기사를 편중 보도한다는 불만도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지령 1천호를 내면서 독자 제현과 그동안 가톨릭시보의 발전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애써 주신 모든 이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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