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들은 석유 부국의 꿈에 부풀어 있다. 제발 포항의 땅 밑에 석유야 펄펄 잠들어 있거라 기구하는 염원이리라. 아니 차라리 절규라고 해야 할 것이다. 버림 받았던 사막 쿠에이트는 검은 황금 덕분에 세금 한 푼 안 내고 완벽한 사회보장제도 속에서 풍요를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부러운 것은 누구든지 원하기만 하면 신청서 한 장으로 세계 어느 대학이나 국가 장학금으로 유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참말 기막힌 일이다. 우리의 형편이 그 단계에까지 이를 날이 있을런지를 생각해 본다. 그 석유가 얼마나 묻혀 있을지. 아직은 요원한 기분이다. 미국 등에 유학 가 있는 아이들 중에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큰 돈을 함부로 쓰면서 말썽을 부린다는 이른바 호화 유학에 대한 시비가 국회에서도 가끔 거론돼 왔다.
이것도 따지고 보면 원하기만 하면 나랏돈으로 유학할 수 있는 지경에 있다면 별로 관심 끌 일이 안 되었을 것이다. 국가의 형편이 어렵기 때문에 그런 시비까지 초래된 것이리라.
그러나 어떻든 현행 자유 유학 제도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 우선 각 전문 분야별 수급 통제가 전연 안 되어 있는 점이다.
각 부문별로 필요한 인원만큼씩 보내져야 하는데 아무런 제한이 없다.
결국 아까운 외화를 무분별하게 쓰고 있는 셈이다. 석유가 당장 펑펑 쏟아진다 하더라도 그럴수록 외화는 요모조모 조리 있게 사용해야 할 것이다. 하물며 총력 수출 전쟁, 육탄 관광 수입으로 얻어진 외화인데 그래서는 안 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이 유학으로 외화를 소비하는 것까지는 참을 수 있다. 그러나 견디기 어려운 것은 이른바 호화 유학이다. 물론 소수의 국한된 아이들의 작태겠지만 국민적 단결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수 없다. 최고급 호화맨션, 고가의 승용차, 무절제한 사생활 학교에 적만 두고 공부는 뒷전에 팽개친다니 오죽했으면 주미 대사가 경고까지 했겠는가. 이런 일부 몰지각한 아이들의 부형이 대기업가 또는 정부의 원직에 있었던 사람들이란 데 관심은 더욱 커지는 것이다. 그곳 교포들의 흉중을 상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본국의 지도 계층 인사들의 양심과 양식을 어떻게 보겠는가를 필자는 지난 3년간 국회의 의안 심의 때 열 차례 가량 유학제도의 개혁을 주장해 왔다. 그것은 국가 장학 유학 제도는 전환해야 한다는 요지이다.
필요한 부문별로 수급 계획을 세워 전원 국고 부담으로 연차적으로 내보내되 엄격한 공개 경쟁 시험을 거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일정 기간의 성과가 끝나면 대학 등 국가 공공 기관에 복무케 할 수 있도록 하면 될 것이다. 국고 부담인데 예산이 있는가. 그러나 방법은 있는 것이다. 국가 총자원 예산에서 보면 현행 개별 유학 비용은 어디서 나온 돈인가.
가령 법인세 등에 적당한 비율의 부가세를 만들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이런 국가 장학 유학제의 주장은 그때마다 좋은 의견이라는 말만 듣고 제도로서의 채택은 전연 불가능한 듯이 보였다. 그러다가 75년 정기국회에서 금년도 행정개혁위원회 예산은 이와 유사한 제도를 갖고 있는 자유중국의 실태 파악을 위한 여비가 계산되기에 이르렀다.
이 단계까지의 배려만 해도 대단히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조속한 실시가 있어야 된다는 것이 관심 있는 분들의 확신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상대적 개념이지만 어차피「가진 자」와「안 가진 자」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 양자의 갈등 충돌이 커질 때 이 체제는 위협 받는 것이다. 우리는 남북 분단의 악조건 속에 이의 장점을 토착화 해야 하는 어려운 여건 속에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 양계층의 조화가 더욱 모색되어야 하는 것이다. 외화 절약이라면 보다 일부 방종한 호화 유학을 막자는 데 국가 장학 유학제의 깊은 뜻이 있는 것이다.
가진 자 중의 소수의 방종이 다수의 안 가진 자들이 가진 자 전체를 기피하는 요인이 된다고 생각할 때 오느 모로나 그 방종을 극복, 퇴치해야만할 것이다. 이 양자의 갈등을 극복하는 데 그리고 국민적 단결을 도모하는 데 이 제도가 기여하리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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