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 사상 최초로 실시되었던 금년 사순절 모금의 평가회의가 전국 교구 대표자들이 모인 가운데 주교회의 인성회에서 열렸다 한다. 이 평가회의에서는 각 교구가 실시한 사순절운동에 대하여 각기 시행했던 방법들을 상호 교환하고 주교회의 인성회가 매년 실시키로 한 본 운동의 효과적인 결실을 위하여 광범하게 문제점들을 토의하였으며 명년의 보다 나은 운동의 실시를 위하여 개선 방안들을 모색하였다 한다.
우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본 사순절 모금에 대하여 각 교구 및 일선 사목을 맡은 본당 신부님의 반응이자 신자들의 의견이 전폭적인 찬성과 함께 지속적으로 시행할 것을 희망하고 있었다는 데 있다. 이러한 반응은 시대적인 요청을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된다.
또한 지금까지의 개인 신심 중심적이고 폐쇄적인 신앙생활 및 현실 도피적인 생활 자세에 대한 일대 自省의 표현이라고도 해석된다.
사순절에 새로운 활력과 의미를 불어넣어준 본 사순절 모금은 몇 가지 특징적 징표를 남겨 놓았다. 무엇보다도 강조된 것은 공동체적 보속이란 점이다. 공의회 전례헌장은 사순절 보속이 내적이고 개인적이어서는 아니 되며 동시에 외적이고 사회적이기도 해야 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헌장 110)「바티깐」공의회 이후의 교회는 거룩한 진리와 오랜 전통 속에 담겨진 교회의 모습을 새로운 세계 현실 속에 구체적으로 변화 적응시킴으로서 그 간직해오던 모습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새로운 표현을 강조하여 온 바 있다. 그 중 두드러진 점이 공동체 의식이다. 주교단 사순절 사목교서도 이 점을 특히 강조한 점은 대단히 중요한 의의를 가진 것이라 여려진다.
또 한 가지 두드러진 특징은「헐벗고 굶주리고 목 말라하며 병고에 신음하고 있는 형제가 많다」(주교단 교서)는 사실에 우리 자신들부터 반성하고 그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의식을 불어넣어준 데에 있다고 하겠다. 근래 우리는 세상과 사회 현실에 대하여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그러나 아무리 밖에다 대고 왈가왈부 해보았자 우리 자신부터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대서야 이는 빈 울림의 소리에 지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사순절 기간 동안 시행된 사랑과 정의의 구체적 실천은 교회의 참모습 진면목을 드러내었다는 데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금년 사순절운동이 이 모든 요구를 충족시켰다고는 볼 수 없지만 적어도 그 첫발을 내어디디었다는 사실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라 하겠다. 한 가지 더 첨가해야 할 점은 전국적인 규모로 이 운동이 전개되었다는 점이다. 근래에 많은 신자의식 교육이 시행되고 있으며 그 성과 또한 크다고 볼 수 있지만 전신자를 상대로 교회 전체가 단시간 내에 움직여진 것은 대단히 중요한 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 사실상 신자의식 교육이 지나치게 소수의 선택된 신자 중심으로 중복되는 점이 없지 않았다. 아마도 사순절 모금이 잘 보완된다면 가장 효과적이고 능률적인 교육으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이와 같은 배경으로 실시되었던 사순절 모금이 금번 평가회의를 계기로 그 문제점들을 발견해내고 또 보완될 점을 논의하게 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흔히 아픈 곳을 덮어두고 안일하게 만족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솔직한 반성과 개선 방안을 겸허히 모색하여 보았다는 사실은 앞으로 많은 기대를 걸게 한다.
그 몇 가지 점을 지적해 본다면 첫째로 준비 기간이 너무 짧았다는 점이다. 현실적으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명년을 위하여서 미리 준비하고 연구 검토 및 구체적 계획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신자의식 계발사업이 집중적이고도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 듯하다. 인성회 사순절 모금 지침이 지적한 바와 같이 헌금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신자의식 계발에 목적이 있는 것이며 헌금은 외형으로 표현된 결과이며 부산물일 따름이다. 이 점이 제대로 이해가 되지 못하여 너무 헌금에 치우친 인상이 없지 않다. 명년부터는 이 점에 유의하여 구제적이고 조직적인 교육 방안 및 교육 자료가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로 지나치게 교구 중심으로 운영이 강조되어 전국적인 차원에서 통일된 운영 방안의 제시가 결여된 감을 주었다.
인성회 전국 사무국이 이런 조정의 역할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끝으로 하루 빨리 전 교구에 인성회 조직이 완료되어 그 맡은 바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함으로써 현세 속에서 생활하며 모든 인간 발전과 구원을 위하여 가일층 사랑과 정의의 실천이 가속화 되기를 바란다. 또한 성공리에 그 벅찬 임무를 수행한 인성회에 치하를 보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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