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들의 본분을 아시죠』『네, 알고 있습니다』『얼마 정도의 교무금을 생각합니까?』신부님의 말씀에 나는 아주 약한 말씀을 드렸다. 신부님께선 어이가 없다는 듯이 똥그란 눈으로 아빠와 나를 바라보시더니 아빠 옆에서 있는 5살짜리 사내아이를 가르키며『얘가 하루 먹는 과자값이 얼마죠?』한 달을 계산하면 아이가 먹는 과자값에 비해서 우리 신자들은 일상생활에서 가장 필요로 한 교무금은 너무 미약하다고 말씀하신다.『이래서야 어떻게 성당을 운영해 나가겠습니까?』신부님께선 호통을 치신다.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아빠는 무안하다는 듯이 3분의 2는 더 많이 말씀하신다. 그리고 신부님을 위로하신다. 작년 12월 24일에 있었던 일이다. 끈질긴 나의 권유로 결혼 4년만에 아빠는 성세를 받았다.
영세 전엔 주일미사에 가자고 하면 딴 곳에 약속이 있다는 등 엉뚱한 핑계가 속 썩힐 정도로 많았다. 그러던 아빠가 얼마 전부터 영세 받은 나보다 더 주일미사를 기다리신다. 나는 주님께 더 많은 감사를 드린다. 아빠는 더더욱 착실하시다. 주님께 기도만 드리면 만사는 즐겁다고 틈 나는 대로 가톨릭 성인전을 펼쳐보신다.
아이들에게도 기도하는 연습을 시키신다. 돌 지난 계집아이에게도『예수님 아멘』하라고 가르쳐 주신다.
두 손을 모아 고개를 숙이며 아멘을 거듭 계속한다. 아빠는 너무도 기특하고 귀여워 입을 다물 줄 모르신다.
걸음마를 배우며 밖에 나가 놀아도 기도 드리는자세로『아멘』이다. 아이들을 보나 어른들을 보나 인사가『아멘』이다. 동네 아이들은 우습다고 깔깔거리며『아멘』하는 거 보라고 손짓을 하며 따라다니기가 일쑤다. 우리의 생활은 기도에서부터 시작되고 기도에서 모든 생활은 얻어진다.
나는 가끔은 아빠에게 필요찮은 투정을 한다. 하늘에 햇빛이 보이는 날이면 쉬는 날 없이 일을 하지만 비가 오는 장마철이면 언제나 놀아야 하는 형편이다.
안전한 직장이 없는 아빠를 위로 못하는 나의 마음은 더욱 쓰리고 아프다.
어느 회사이든 취직을 하기 위해 이력서를 내면 빽이 있어야 하고 돈이 있어야 한단다.
그러나 아빠는 오히려 나를 위로하신다. 예수님도, 이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게 살으셨는데 우리 죄인들이 감히 어찌 가난에 불만이 있어서야 되겠느냐고 말이다.
낙심을 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만하면 하느님께선 잊지 않으시고 꼭 도와 주실거라고 가난한 자는 진복자라고 몇 번이나 되풀이하시며 나를 위로하신다.
이 난은 주부들을 위한 난입니다. 자녀 교육이나 가정생활에 관해 유익한 내용이면 어떤 소재라도 좋습니다. 매수는 2백 자 원고지 5매. 채택된 분에게는 소정의 고료를 우송해 드립니다. 주부 여러분들의 많은 투고를 바랍니다. (편집자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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