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판의 비인간적인 상황은 보지 않고서는 짐작도 못한다. 노동이 신선하다고 하는 것은 이 상황에서는 맞지 않는 이야기다. 비지땀을 흘려서 일한 값으로 적당한 주기적인 시간에 휴식과 안식을 가질 수 있고 다음 노동을 위한 새로운 정신적 육체적인 준비가 될 만한 피곤의 해소가 가능한 한에 있어서 노동은 신선한 것이 아닐까. 하루 노동이 하루 입벌이밖에 안 되는 내일이 막연하고 불안한 사람들에겐 노동은 마치 숙명적인 도로(徒勞)이며 인고에 불과하다.
강원도에 6식구를 두고 온 어떤 노동자는 누이 집에 얹혀 있으면서 일하다가 높은 데서 떨어지는 서까래에 머리를 맞아 죽었다. 그는 언제나 그 매제(妹弟)와 같이 꽁보리밥에 된장을 가져와 숨어서 점심을 먹었다고 한다. 회사에서 얼마의 보상금이 나왔는지 알 수 없다.
일터 앞엔 커다란 호수가 있었다. 무더운 염천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겐 이 호수는 큰 부주였다. 이 호수에 멱감다가 두 노동자가 빠져 죽었다.
각기 다른 회사에 소속되어 있어 한 노동자에겐 회사에서 후히 장사를 지내주었다. 또한 회사에서는 스스로의 실수로 당한 죽음에 대해 방관을 했다. 그 노동자 나이는 20대였는데 그의 아버지가 와서 오뉴월 염천에 앉아 못 위에 아들의 시체가 뜨기를 기다리며 사흘 밤낮을 소주만을 마시며 지새우고 있었다. 사흘만에 사체가 떠오르자 양아치 (고철 줍는 사람) 하나가 얼마를 받고 들어가 물가로 몰아내 왔다. 시체를 건져놓고도 속수무책, 또 하루를 기다려 어디서 엠브란스가 와서 싣고 갔다. 그 후에 몇 달이 지난 후 그 죽은 청년의 어머니가 물가에 와서 땅을 치고 통곡하고 있었다.
이 처절한 절망의 삶 앞에서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 이뿐이겠는가. 사람이 살아가는 길은 여러 가지다. 천차만별의 빈부의 차이 의식의 차이 학식의 차이 이런 속에서 저마다의 운명을 감내하고자 기생을 이끌어나가는 것이 인간인데 인간은 또한 본질적으로 평등하다고 하지 않는가!
현실은 어차피 고해이고 이 고해 속에서 구원이니 종교니 이런 의식이 전혀 없이 사는 부류가 있다. 그런 부류 중에서도 현실적으로 핍박을 받는 이들은 어쩔 수 없는 생의 인고를 겪으며 주어진 자기 생을 치뤄내는 자체에 의미가 있고 이것은 무의식적으로 자기 구원에 이르는 도정이 될 것인지.
연이나 이 세상에서도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것으로서의 기본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 모든 국가 사회제도 정치 체제의 과제일진대 적어도 이런 비인간적인 현실 상황만이라도 일소된 사회를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것은 또한 이웃을 사랑하라는 그리스도교의 본질적인 과제이고 보면 교회의 그런 부르짖음이 항상 보다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사랑의 실천 없이는 이 현실의 장벽 앞에서는 한갖 상부적인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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