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가에서는 인생을 고해라고 한다. 실상 인생살이에 갈마드는 잡다한 고통들을 생각할 때 충분히 수긍이 가는 내용이다. 출생하는 순간부터 읊음으로 시작된 인생이 마지막 대부분이 고통의 순간들로 점철된 나날들을 어떻게 극복해 가느냐 하는 것은 인생을 사는 모든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인류의 모든 력사가 고통과 대결키 위한 투쟁의 역사였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는 바이다. 그렇다면 과연 고통은 그 자체로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하는 문제가 자연 발생적으로 대두된다. 신학은 우리에게 고통은 악의 결과라고 단정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당하게 되는 고통, 인류라는 공동 운명 때문에 당하게 되는 소위 연대성에 의한 고통, 마지막으로 하느님께서(창조주) 어떤 목적을 위해 자유스럽게 허용하시는 고통 등으로 그 종류들을 대별해 볼 수 있겠다.
그러므로 그것이 비록 어느 류에 속하든 관계없이 모든 고통이 악과 긴밀히 연결돼 있음을 수긍치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또한 모든 악은 자체로서 자신에게나 타인에게 나아가서는 하느님께 반드시 연상을 끼쳐주기 때문에 마땅히 어떤 모양으로든지 보상되어야 할 성격의 것이기도 하다. 무죄한 그리스도가 십자가 위에서 처절한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은 결국 인간이 범한 죄악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세상의 구석구석에서 자질구레하게 저질러지는 조그만 죄악에서부터 대형화 된 우주적 죄악에 이르기까지 숱하게 파생되는 부조리와 모순 그리고 구조악 등은 자체로서 거기에 동참한 이들은 물론 특히 무죄한 선의의 사람들에게 보상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착하게 양심적으로 사는 사람들이 현대적 의미에서 잘 살지 못한다는 얘기는 비단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고 이미 인류의 범죄사와 더불어 현실화된 것임을 잘 알고 있는 바이다. 하느님은 사랑 자체이시기 때문에 가장 완전한 정의를 실현하시는 분이시다. 그러므로 손상된 모든 내용에 대해서 완전한 보상을 요구하시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인간 측에서 볼 때 선의의 사람이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은 아직도 하나의 모순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크리스찬은 이 같은 모순의 의미를 그리스도의 모습 속에서 직접 찾을 수 있으며 현재적 가치관을 전도시키는 주님의 교훈 속에서 인간 지혜의 무기력을 절실히 의식하면서 아울러 하느님만이 당신의 영원한 계획대로 역사를 이끌어 가시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죄 많고 거룩한 교회」란 아이러니를 인정할 때 교회의 지체들이 세계의 도처에서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모순이 아니라 자체 정화를 위해 큰 몫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며 오히려 더 큰 긍지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빠스카의 밤에 희생된 어린 양들과 같이 하느님께서는 흠 없고 티 없이 맑은 제물들을 요구하시기 때문이다. 무릇 교회가 그리스도의 모습을 지녀야 하고 또 그것을 세상에 재현시켜야 할 고상한 사명을 띄고 있는 한 그리스도의 상흔이 그 몸인 교회에 나타나야 된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상처뿐인 영광이 아니라 영광의 상처로서 말이다.
우리는 지금 사순절의 막바지에서 우리의 고통들이 그리스도의 수난과 어떤 연관성을 가지며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한 지체로서 우리가 드려야만 할 보상의 내용이 또한 어떤 것인지를 직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영광된 부활이 치욕적인 수난을 전제하고서만 있을 수 있었다면 그 기쁨과 영광에 참여하기 위한 진통은 필연적 사실이 아닐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 우리는 지금 우리에게 내려진 하느님의 고통의 참뜻을 깨닫기 위해 부단히 기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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