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 당국이 도범 소탕령을 내렸다고 보도되었다. 도둑 없는 마을이란 케치프레이즈를 걸고 새마을운동의 하나로써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이즈음 우리 주변에는 눈에 띄게 절도사건이 늘어나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단순한 절도뿐 아니라 폭력을 동반하는 강도가 횡행하여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대단위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도범에 대한 공포는 여간 아닌 모양이다. 좀 오래 되었지만 도범에 대한 것을 흥미있게 시청한 기억이 있다. 어떤 고급 백화점에서 주기적으로 소액의 물품이 일정량씩 도난 당하기 시작한다. 보안 감시를 강화했으나 좀체 범인을 파악할 수 없다.
그 감시 틈에도 도난품은 증가일로에 있었다. 궁리 끝에 백화점 측은 FBI에 수사 의뢰를 한다. 미완 수사 요원들이 투입되어 범인 검거에 나섰으나 단서가 쉽게 잡히지 않는다. 그 며칠 뒤 망원 장치가 된 텔레비젼 수상기에 범인의 범행 현장이 포착되어 드디어 체포된다. 그런데 범인은 수사 요원들의 관심 밖의 인물이었다. 다름 아니라 바로 그 백화점의 소유주인 백만장자 할머니였던 것이다.
범행 동기는 노후의 단조로운 생활에 심심파적 삼아「스릴」과 서스펜스를 즐기기 위한 것이었다. 무대는 등장 인물과 사건 전개가 미국에서의 일이니까 그런 줄거리가 가능할지 모른다. 우리의 처지와 비교할 때 고급스런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만일 그러한 동기만의 도범이 큰 비중을 차지해서 사회문제화 되는 상황이라면 문제 인식의 방향도 달라질 것이다. 최근에 이르러 절도의 기업화, 대형화가 주목꺼리로 화제에 오르긴 한다. 조직화 된 범죄 단체인소매치기들이 장물을 처분해서 부동산에 투자하고, 큰 술집도 경영했다는 경우도 있다. 정당하게 살아갈려고 발버둥쳐도 일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경우 호구를 위해서 손쉽게 밑천 없이 자금 마련하는 방법으로 절도를 택했다면 달리 보아야 할 것이다.
범행의 방법 대상 장물의 크기 범행 후의 행장 등에 참작의 여지가 있는 그런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법에 저축 여부를 떠나서 그러한 불가피한 생존을 위한 도범은 바로 사회 전체의 책임인 것이다.
장발쟝적 절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선을 넘어서 생활을 즐기고 향락을 추구하기 위한 자금 마련의 방법으로써 남의 재물을 탐내는 행위는 더욱 준엄하게 단죄돼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른바 이야기는 분명히 경계되어야 한다.
이런 각도에서 임꺽정의 야사는 가르치는 바가 많다. 양반 탐관오리들이 토색질하여 모은 재물을 빼앗아 이를 억울하게 빼앗긴 주인들이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되돌려주는 행위는 우리를 무언가 생각에 잠기게 한다.
방법은 부도덕하지만 그 결과는 형평 관념에 합치하는 바가 있다. 국가가 해야 할 소득 재분배 정책의 차원에서 그러한 것이다. 그 방법을 찬양해서가 아니다. 성경을 읽기 위하여 촛대를 훔치는 것에 대한 가치 평가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사회의 구조와 제도가 도범이 정당화되거나 찬양되는 구석이 있다면 그 사회는 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사회가 다원화해가고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갈수록 행위의 윤리적 규범을 설정하기는 점차 어려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근본적으로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구분이 있고 한계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뇌물에 얽힌 여러 가지 일들도 마찬가지다. 생존을 위한 일시적 실수와 치부를 위한 수수행위는 전별되어야 할 것이다. 합리적이고 지속적인 소득 재분배 정책의 추구요 건전 사회 건설을 위한 우리 모두의 양의 발휘가 이 싯점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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