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에서는 이번 부활주일로부터 시작하여 월 4회로 신자 재교육을 위한 사목통신「믿음의 길」을 간행키로 되었다고 한다.
77년 9월에「바티깐」에서 개최될 세계 주교 시노드 의제가「교리교수법」으로 채택된 것을 비롯하여 요즈음 국내 각 교구에서도「교리교육」또는「신자 재교육」이 강조되고 있는 바 이는 오늘의 교회 현실이 요청하는 지배적인 현상으로 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번에 서울대교구가 본당과 신자 개인 또는 예비자들까지 대상으로 하여 지구적인 사목통신 발간사업에 착수한 것은 뜻있는 일이며 이 사목통신의 구독 방법이 개방되어 있어 타교구와 사회 일반인들까지 받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성과와 영향력에 관심을 갖게 된다.
최근 수 년 동안에 한국에서 가톨릭 교회에 입교하는 신자의 수가 비약적으로 격증된 것은 사실이다.
그 원인은 아무래도 제2차「바티깐」공의회 이후 사회인들에게 어떤 인상을 준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복음화ㆍ사회정의ㆍ사회참여ㆍ쇄신ㆍ일치ㆍ공동체ㆍ평신도ㆍ공동선 등의 용어가 2차 공의회 이후 활발히 통용되었으며 이 개념들은 그 하나하나가 신자들, 특히 구교우들과 더 나아가서는 비신자로서 예비자가 되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주게 된다. 그리고 이 개념들은 광범하고 중요한 의미를 지녀 사람들에게 현대 최선의 세계관을 갖도록 해 줄 수 있는 것들이라는 점도 사실이다. 오늘의 한국적 사회 현실에서 볼 때 모든 사람이 정신적 차원에서 진정한 총화를 이룰 수 있게 하는 가치 기준과 양심에 의한 질서가 확립되지 못하여 각기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 불안으로부터 헤어나서 신뢰할 만한 대상을 찾으려드는 세태가 바로 가톨릭 교회의 신자 격증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보아도 과도한 예측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입교자의 수가 크게 느는 데 비하여 냉담자의 수도 또한 크게 는다는 사실이다. 즉 증가되는 신자 수의 절반쯤이 냉담자가 되어가는 현상이 있음을 최근에 어느 교구에서 집계 발표한 일이 있는데 이 현상은 거의 모든 교구에 비슷한 현상으로 해당될 것이다.
이 현상을 더 구체적으로 분석한다면 주로 새로 입교한 신자 속에서 된다는 사실로 지적될 수 있다.
대내적으로 생각할 때 한국 가톨릭 교회는 스스로 과도기적 모순점들을 내포하고 있다.
교황청으로부터는 2차 공의회 정신에 입각하여 격변된 오늘의 세계 현실에 대응하는 사목교서들을 시달하고 있음에 비하여 지역교회에서는 그 교서대로 사목 운영을 할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 있다.
아직도 많은 수의 본당에서는 신자들에게 말하기를 성당에 열심히 나오고 기도를 열심히 하라는 것 외에 달리 현대의 교리를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 어느 정도 교육을 실시하는 경우에도 재래의 타성대로 도식적이고 주입식인 교육을 실시하며 이 교육에 동원되는 교리교사들도 충분히 육성된 자질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 교리교사들의 자질 육성과 그들에 대한 대우 개선 등의 문제는 그것대로 시급하고 긴요한 문제로서 별도로 충분한 논급이 가해져야 할 문제이다.
내부적인 모순은 또한 교회의 새로운 정신을 둘러싸고 교구들 사이에서 심지어는 한 교구 안에서까지 이해를 통한 일치에 이르지 못하는 현상이 있다. 크게는 정치 체제에 관한 시국관으로부터 작게는 사제 평복 착용의 문제에까지 신자들은 착잡한 갈등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내적 쇄신 사회 정의, 일치, 공동선 등의 막중한 주제가 소화되지 못하고 있으며 따라서 시대의 표징을 알고, 시대 현실에 적응한 교회로서의 생동성에 있어서 부족한 면들이 있다.
모처럼 큰 기대를 가지고 가톨릭에 입교한 현대의 지식 청년들은 교회 자체 내에 정신 질서와 교리교육의 체계가 잡혀 있지 못한 사실에 접하여 크게 실망하고 결과적으로 냉담자가 되는 것이다.
오늘날의 신입 교우들은 사실상 의식적인 교리교육보다도 현대사회 속에서 구체적으로 삶의 보람을 발견하게 해 주기를 바라며 전례라 하더라도 그것이 충족된 정신의 표현 형태로 누리기를 바라고 있다.
현대사회가 교회에 바라는 이 같은 문제들의 해결을 위하여 교회가 우선 취해야 될 방법은 쇄신된 교회의 정신에 입각하여 더 정확히 말하자면 2차 공의회 정신에 충실한 내용으로써 교리교육을 꾸준히 전개해 나가는 일일 것이다.
이런 뜻에서 이번에 서울대교구가 교리사목위원회 주관하에 광범한 통신사목운동을 전개하는 것을 주의 깊게 바라보며 하나의 모범적 성과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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