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식이라고 오빠 동생 아빠 여러 형제들이 모여서 산소에 갔다.
화창한 봄 날씨가 너무 좋았다. 쑥을 뽑고 매만졌다. 인생의 덧없는 외로움과 함께 살아 계실 때 못다 드린 정성이 가슴 깊이 사무쳐 아쉽기만 하다. 어머님 영전에 못다 드린 정성이 후회의 샘물이 되어 용솟음쳐 온다.
쑥 한 포기 뽑으며『편안히 쉬소서. 주여! 돌봐주소서. 평안함에 쉬어지이다』
이렇게 기도드리는 마음은 흘러가는 구름처럼 온 몸을 스쳐가는 바람처럼 허공을 더듬는 아슬한 곡예처럼 자꾸만 자꾸만 푸른 하늘로 풍선이 되어 떠오른다. 포근한 봄나절 내 보람을 다하여 일찌기 드리지 못한 효도에 뼈가 무너지는 뉘우침이 메아리친다.
쑥을 뽑은 자리는 꼭꼭 밟아서 잔디가 잘 살게 다져 두었다. 고생만 하시고 이 푸르고 푸른 따스한 봄 하늘을 한 번 바라보시지 못하시고 이 세상 한스러운 세월 속에서 무엇 하나 하고픈 것 못다 하시고 다만 희생만을 즐겨하신 부모님!『평안히 잠드소서 영원히 주님 품에서 잠드소서. 그리하여 우리 나그네 인생이 주님의 부르심을 받을 때 후회없이 나아가게 도와주소서…』아직은 파아란 잔디가 물을 머금지 못하였으나 곧 잎이 돋아나리라. 그러면 부모님 누우신 위에 이불이 되어주고 비바람이 칠 때 가리워 드리고 밤이슬도 막아주며 뜨거운 태양도 시원하게 해 주리라. 『주여! 주여! 나를 꾸짖지 마옵시고 진노하심으로 나를 벌하지 마옵소서. 당신 품 속에 평안히 쉬게 하소서』간절한 기도를 드리고 하산을 하였다.
일행은 차에 몸을 싣고 말없이 출발했다. 가슴에 스며드는 대자연의 아름다움! 잔디 하나하나에 새싹이 움트게 하시고 마른 가지 위에 꽃이 피어나게 하시는 분! 참 아름다워라. 그분의 솜씨! 흘러내리는 계곡의 물소리에도 리듬은 흐르고 묘한 모양으로 깎아진 바위에도 그분의 손이 닿았으니 위대하신 생명을 창조하시는 분! 끝없이 펼쳐진 그 대자연의 구석구석 하나 빠짐없이 그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으니 그분의 솜씨 가이없이 묘하여라. 참 아름다워라. 그분의 솜씨! 감탄만이 가슴에 피어나는 4월의 하늘 아래 잠시나마 이 세속을 잊고 대자연의 품 속에서 호흡할 수 있는 그 순간순간. 찬미의 노래로 가득 채워 참으로 행복한 자신을 발견하며 그분께 한없이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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