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천주교가 들어올 당시에는 학자들이 천주교의 교리로써 유교의 가르침을 보완하려는(보유론) 의도에서 연구하고 받아들였다한다. 그것은 일면 올바른 자세라 아니할 수 없다. 주님은『율법이나 예언서의 말씀을 없애러 온 것이 아니라 완성하러 왔고』(마태 59, 17)『양들이 생명을 얻고 더 얻어 풍성하게 하려고 왔기』(요한 10, 10) 때문이다. 한국천주교의 2백주년을 넘긴 지금 주님의 복음이 우리나라 선각자들의 가르침을 얼마나 완성시켰고 얼마나 더 풍요로운 생명을 주었는가 생각해볼 때 뚜렷하게 내세울 것이 없는 것 같다. 주님의 복음은 유교뿐 아니라 불교도 무(巫)교도 한국의 모든 문화와 선각자들의 가르침도 완성하고 보다 풍요로운 생명을 주는 것이어야 하는데 현실이 그렇지 못 하다면 그것은 우리의 관심과 연구와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호산나」를 「얼씨구」로
우리는 89년도에 서울에서 국제성체대회를 갖게 된다. 그런 행사에 참여해본 경험은 없으나 돌리는 말로는 85년도에 아프리카의 케냐에서 국제 성체대회가 있었는데, 케냐식 성가와 미사로써, 즉 케냐의 문화로 표현되는 미사를 봉헌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성체대회를 갖는다면서 아직은 아무런 준비도 시작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한국적인 성가 전례로써 즉 한국문화로써 성체성사를 찬미하고 그 의미를 표현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준비했으면 좋겠다. 공의회에서도『성교회는 여러 풍족과 민족의 훌륭한 정신적 유산은 이를 보호 육성한다. 그것들이 참되고 올바른 전례 본정신에 적합하다면 때로는 전례자체에도 이의 도입을 허용 한다』(전례헌장 37)고 하였다. 한국인은 누구나「닐리리야」「얼씨구」「지화자 좋다」 소리를 들으면 흥겨워진다.
「알렐루야」나「호산나」 소리에 감흥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입당 시에 농악행렬, 영성체 때 시루떡 등으로 조화시킬 수는 없을까?
■ 결함 있어도 지도 육성을
우리는 홍보매체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서점이나 전파를 통해서 선진되는 상품들은 사람들에게 호기심과 매력을 주어 그 선전에 빨려 들어가게 하는데 비해서 우리 교회의 복음 선포를 위한 홍보매체는 너무나 빈약하고 매력도 없다. 홍보매체를 중요시하며 교회기관이나 수도회나 신자들을 통해서 육성발전 시켜야 한다는 것이 공의회의 가르침이다. 사목자나 신자들에게는 너무나 여러 가지 서적과 시청각 자료가 필요하지만, 이를 제작 보급하는 곳이 적다. 요사이 다행히도 신자들이 신앙서적과 시청각 매체를 만들어 보급함으로써 신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이들의 작품에 때로는 결합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도 육성해서 복음 선교에 일익을 담당하고 보람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교회 당국에서는 두 번에 걸쳐「불법출판」운운 하며 폐쇄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당국에서 출판한 미사 독서 책에도 잘못된 곳이 많지만 시종 정오표도 없이 판매하고 있고,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성가집도 불편하고 틀린 곳이 많고 출판권을 영리목적으로 이용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일단은 어디서 누가 만들든 보다 많은 홍보 매체가 서둘러 제작되었으면 한다. 그러면서 보다 좋은 매체가 나오도록 장려되어야 할 것이다.
■ 교회사업 복음적인가
언젠가 가톨릭 신문에서「세계적인 규모의 대성당 건립계획」「성 베드로 대성전에 버금가는 거대한 사업」운운 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이 꿈같은 사업을 계획할 만큼 우리교회가 신앙적으로, 복음적으로 경제적으로 성장한 것인지 놀랍기만 하다.
그 사업이 복음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세계적인 건물이 분열과 파국을 가져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걱정스럽기도 하다. 바벨탑, 베드로 대성전, 경복궁 등의 역사가 그것을 말해준다 과거에는 통치자의 세력과 존엄성이 건축물의 크기와 화려함으로 표현되었다. 그럴수록 평민은 상대적으로 더 낮아지고 비참해졌고 생명도 재산도 모든 것을 빼앗겼다. 그런 건축을 통해서 건축과 미술이 발전되어 나중에는 백성들이 덕을 보고 오늘에 와서는 관광수입의 자원이 되었다. 모든 것은 규모가 클수록 자체운영에 허덕이고 복음적으로 나눌 여유를 갖지 못 하게 된다.
서양의 큰 성당, 수도원 등이 관광명소나 빈집이 되어 버린 쓸쓸한 모습이 눈에 선하다. 복음적이지 못한 것은 생명력을 잃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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